FT, 엔비디아 파트너사 아이렌 CEO 주장 인용

“AI 인프라 투자 붐, 과거 투자 사이클과 달라”

“더 빠른 속도 요구되면서 서비스도 부응할 것”

아이렌 시총, 6000만달러서 170억달러로 급등

관건은 AI 서비스 지속적 확산과 수익성 확보

대니얼 로버츠 아이렌 CEO. 블룸버그 테크 방송 캡처
대니얼 로버츠 아이렌 CEO. 블룸버그 테크 방송 캡처

대니얼 로버츠 아이렌 CEO

“세계의 컴퓨팅 파워 공급이 인공지능(AI) 수요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겁니다. 현재 AI 칩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이전 상품 투자 사이클과는 달라요.”

미국 AI 인프라 업계에서 ‘기린아’로 통하는 아이렌(Iren)의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로버츠는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가 몰리는 현상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데이터센터와 GPU를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AI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요 AI 인프라 파트너인 아이렌의 공동창업자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로버츠의 발언을 인용해 AI 인프라 투자 붐이 과거의 기술·상품 투자 사이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CEO의 주장은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는 “현재 세계의 컴퓨팅 파워 공급이 AI 수요를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매우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새로 구축돼 컴퓨팅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적인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들었다. 마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세이의 법칙(Say‘s Law)을 환기한 것처럼 들린다.

AI 에이전트의 확산과 더욱 빠른 처리속도가 요구되면서 새로운 컴퓨팅 자원이 공급될 때마다 이를 소비하는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빅테크와 신흥 ‘네오클라우드’(neocloud) 기업들이 동시에 뛰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2024년부터 2027년 말까지 두 배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125GW 수준으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규모의 도시 100곳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로버츠 CEO는 공급 확대만으로 AI 컴퓨팅 수요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렌은 이런 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대표적인 신흥 기업이다. 2018년 호주 시드니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후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퍼플렉시티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FT에 따르면 아이렌의 시가총액은 2022년 말 약 60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약 170억달러로 급증했다. 주가 역시 약 1달러에서 한때 76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AI 인프라 붐의 높은 성장성과 변동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최근 주가는 직전 영업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7.27% 상승한 44.68달러를 기록했다.

아이렌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토지와 건물, 컴퓨팅 장비,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인프라 전체를 직접 보유하는 ‘풀스택’ 전략을 펴고 있다는 데 있다. 경쟁사들이 장기 임대계약을 통해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아이렌은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직접 소유함으로써 컴퓨팅 가격 상승의 수혜를 직접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로버츠 CEO는 “경쟁사들의 장기 임대계약이 AI 시대의 가장 희소한 자산 가운데 하나인 컴퓨팅 용량을 다른 기업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아이렌은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전환사채, GPU 담보대출, 고객 선급금,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약 190억달러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엔비디아 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MS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36억5000만달러 규모의 GPU 담보 금융을 조달했고, 최근에는 블루아울과 핌코가 운용하는 펀드 등으로부터 추가로 24억달러를 확보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관계는 아이렌의 성장 전략에서 핵심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아이렌과 5년간 34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용량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이렌이 최대 60만개의 엔비디아 GPU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최대 21억달러 규모의 아이렌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로버츠 CEO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GPU 공급업체를 넘어 AI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 자사의 재무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FT는 이 같은 AI 인프라 붐에 상당한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부채와 높은 자본조달 비용, 특정 고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GPU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돼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현재의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기업들의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제약은 최근 대두하고 있는 전력과 지역사회의 반발이다. 데이터센터가 아무리 빠르게 건설되더라도 전력 공급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미국 곳곳에서 전력과 물 사용량 증가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즉 AI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는 자본뿐 아니라 전력·토지·물·지역사회의 수용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받게 된다.

FT 기사의 핵심은 공급을 늘리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AI 서비스와 에이전트의 확산을 촉진해 또 다른 컴퓨팅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렌 로버츠 CEO가 AI의 칩과 인프라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과거의 반도체·통신·인터넷 투자 붐과는 다르다는 데에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AI 서비스의 지속적인 확산과 높은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막대한 자본투자와 부채를 감당하면서도 수요 증가가 이어질 수 있는지가 결국 AI 인프라 산업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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