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를 보이던 예멘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습니다.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충돌로 이틀 만에 200명 가까이 숨졌고, 전선은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세계 해운의 길목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중동을 넘어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시장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예멘 남서부에서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이 수시간 동안 격렬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 26명과 후티 측 31명이 숨졌습니다. 또한 타이즈에선 버스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민간인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부 측은 후티를 공격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전날에도 양측의 충돌로 129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틀 만에 희생자가 200명 가까이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목되는 곳은 타이즈입니다. 후티 반군은 최근 타이즈 인근 지역을 차지한 데 이어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항구도시 모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모카를 차단함으로써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요충지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역으로 진격하려는 태세입니다. 정부도 증원 병력을 보내 맞서고 있습니다. 사우디군은 후티 병력이 포진한 타이즈 일대를 잇달아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반도인 '아프리카의 뿔'(지부티·에리트레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입니다. 폭이 좁은 곳이 30㎞도 되지 않아 대표적인 해상 '초크포인트'(병목지점)입니다. 북쪽으로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아덴만을 거쳐 인도양으로 연결됩니다. 이 해협이 막히면 수에즈운하를 통한 유럽-아시아 최단 항로가 끊겨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합니다.
바브엘만데브라는 명칭은 아랍어로 '슬픔의 문' 또는 '눈물의 문'이란 뜻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이 해협이 매우 위험한 항로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지난 수천년 동안 수많은 배가 암초가 많고 강한 역류가 흐르는 이 좁은 해협에서 난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도 선박들로 북적입니다. 유럽-수에즈 운하-홍해-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항로이기 때문입니다. 유조선 등 전 세계 선박의 4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합니다.
이번 충돌의 불씨는 이란 전쟁이 이어지던 지난 7월 사나 국제공항 공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예멘 정부군은 이란 항공기의 착륙을 저지하기 위해 공항을 공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후티는 실제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며 전격적으로 휴전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 관련 선박을 공격하면서 해상 봉쇄에 나섰지요.
후티는 1990년대 예멘 북부에 기반을 둔 자이드(시아파의 한 분파) 종교운동단체 '신앙의 청년'이 발전한 조직입니다. 조직의 초기 지도자 후세인 바르레딘 알 후티(al-Houthi)의 이름을 따서 '후티 반군'으로 불리지만 공식 명칭은 '안사르 알라'(알라의 추종자들)입니다. 2014년 말 후티 반군은 북쪽에서 밀고 내려와 통일 예멘의 수도 사나를 점령했습니다. 반군은 예멘 정부를 축출하고 나라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시아파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사우디와 미국 등이 개입하면서 내전은 확대됐습니다.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사우디는 예멘 정부를 뒷받침하면서 예멘 내전은 중동의 대표적인 대리전으로 변했습니다. 휴전과 협상을 거치며 한동안 대규모 교전은 줄었지만 최근 다시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인다면 충격은 순식간에 세계로 번집니다. 선박 운항 차질은 물론, 해상운임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원유 등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세계 해운의 길목을 지렛대로 삼아 지역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후티의 전략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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