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건강보험료가 잘못 부과됐다고 생각하거나 건강보험 자격에 관한 결정에 동의할 수 없을 때, 국민은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한 뒤 결정을 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진다면 권리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권리구제를 신청한 국민에게 기다림의 부담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의 신뢰는 이의를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는지에도 달려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정에도 불복하는 경우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자격, 보험료에 관한 공단의 처분부터 요양급여비용과 적정성 평가에 관한 심사평가원의 처분까지 대상이 된다. 국민의 보험료 부담과 의료 현장의 비용 문제를 다루는 권리구제 절차다.

그런데 이 절차를 맡는 기관의 이름은 역할을 설명하지 못한다. ‘분쟁조정위원회’라는 명칭은 당사자 사이에서 화해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관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기능은 심판청구의 심리와 의결이다. 국민이 어떤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지 기관의 이름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셈이다.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 기능부터 헤아려야 하는 불편은 행정이 덜어줘야 한다.

심판청구 규모와 이를 담당하는 위원 정원 사이의 간극도 커졌다. 접수 건수는 2013년 2만건에서 2025년 6만건으로 세 배 늘었다. 반면 위원 정원은 2014년 법 개정 이후 위원장을 포함해 60명 이내로 유지되고 있다. 심리할 사건은 증가했는데 위원 구성의 법적 한도는 10년 넘게 그대로인 것이다. 늘어난 수요에 맞춰 심판 역량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18일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의 명칭을 ‘건강보험심판위원회’로 바꾸고, 위원 정원을 60명 이내에서 90명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민이 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증가한 심판청구를 처리할 인적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다.

위원 증원의 목적은 사건마다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여건을 갖추는 데 있다. 보험료 부과나 급여비용에 관한 판단은 당사자의 생활과 의료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검토가 부실해져서도 안 되고, 신중한 판단을 이유로 기다림을 당연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처리 역량을 높여 속도와 공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목표다.

법 개정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도록 운영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원 확대에 맞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위원을 충원하고, 사건 검토를 지원하는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 접수된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오래 머무는지, 위원 증원이 심리와 의결의 지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늘어난 위원 수보다 합당한 결정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나타날 것이다.

심판제도의 신뢰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쌓인다.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당사자는 자신의 사정이 충분히 검토됐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건을 살필 여력과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권리구제 절차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일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건강보험 행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접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을 통로가 제대로 작동해야 제도에 대한 믿음도 유지된다. 국회는 법률에 권리를 적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권리가 실제로 행사될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 기다림을 줄이고, 제때 공정한 판단을 받는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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