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BAE 사례 거론…“체계종합업체 독립성 유지해야”
한화, KAI 지분 15.89% 확보…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KAI 지분 확대와 인수 추진에 대해 완제기 개발 역량 약화와 방산산업 독과점 심화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KAI 노조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방산 대형화가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완제기 체계종합업체의 독립성, 수직계열화에 따른 패키지 수출 효과, 방산 생태계 축소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외 방산업체 사례를 들어 기업 규모 확대가 반드시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1997년 맥도널 더글러스와 합병한 보잉이 최근 수년간 기술·품질 관리 문제와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웨덴 사브와 프랑스 다쏘는 각각 그리펜과 라팔 등 독자 완제기 플랫폼을 앞세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BAE시스템즈 사례도 들었다. 노조는 영국의 항공기 제조사들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인해 축적된 기술이 단절되고 독자 완제기 개발 능력이 퇴화했다”며 현재 영국은 F-35 프로그램의 부품 공급이나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형태로 입지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KAI가 한화에 편입될 경우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로서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완제기 개발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과 긴 개발 기간, 높은 기술적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그룹 내 다른 방산 사업과 투자 우선순위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완제기 개발 엔지니어의 맥이 한 번 끊기면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한국 역시 독자 전투기 개발국 지위를 포기하고 영국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화가 내세우는 수직계열화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해외 주요 항공기 제조업체의 경우 엔진부터 레이더, 무장까지 모두 수직계열화하지 않는다며 완제기 체계종합업체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장비를 선택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완제기 체계종합업체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가장 최적화된 장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완제기 전체의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인수 시너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는 패키지 수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KAI는 2001년 첫 수출 이후 KT-1과 T-50, FA-50, 수리온 등 총 236대의 완제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의 FA-50 추가 도입과 인도네시아 KT-1 수명연장 사업 등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후속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완제기 수출은 기체의 신뢰성, 가격, 성능, 납기, 후속지원 능력이 좌우하는 것이지, 수직계열화가 부족해 수출을 못 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방산 생태계의 경쟁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조는 한화와 KAI가 결합하면 한화 계열사의 부품과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채택하는 내부거래가 확대되면서 기존 KAI 협력업체와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현재 KAI 지분 15.89%를 확보하고 있다. KAI 지분이 15%를 넘어서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으며, 공정위는 경쟁 제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일반 심사 없이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한화그룹은 “K-방산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KAI와의 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주희 기자(ju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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