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랜드로버 4000명 구조조정

모델 감축·부품단가 후려치기 등도

현대차는 공용화·현지생산 돌파구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량을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향으로 생존 공식을 다시 짜고 있다.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와 대량생산·가성비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담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면서 비용 절감은 생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개발부터 부품 조달, 생산까지 비용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수천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업체도 있다.

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 타타모터스 소유의 영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향후 2년간 최대 4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JLR은 최근 정규직과 경영진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직원과 노동조합에 알렸다. 생산시설 인력은 이번 감축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JLR은 중국 업체들의 영국 시장 공략으로 판매 경쟁이 심화된 데다 지난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따른 생산 중단까지 겪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PB 발라지 JLR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17억파운드(약 3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놨다.

JLR은 현재 약 38만대인 연간 판매량을 30만대 수준까지 낮추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판매량을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고수익 차종에 집중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그룹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는 최근 모델 포트폴리오를 2030년까지 50% 간소화하고 5만명 규모의 인력을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미래계획 2030'을 승인했다.

판매량이 적은 파생모델을 정리하고 핵심 차종에 생산을 집중해 모델당 생산량과 규모의 경제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 수요보다 50만대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되는 유럽 내 생산 능력도 조정한다.

스텔란티스 역시 2028년까지 연간 60억 유로(약 9조원)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개발 기간을 기존 최대 44개월에서 24개월 수준으로 줄이고 유럽 생산 능력을 80만대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혼다는 부품 단계부터 원가 구조를 손보고 있다. 2030년까지 1조5000억엔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프레스·단조, 전장,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관련 부품 등 주요 부품군에서 30%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 표준화와 조달 방식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한다.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절감이 과거 협력업체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개별 부품 가격을 낮추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차종과 부품 수를 줄이고 생산 능력을 조정하거나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구조적인 변화로 번지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생산능력 축소 대신 공용화와 현지화 등을 통한 원가 절감에 나섰다. 현대차는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p) 낮춰 영업이익률 9%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 차량의 제조·디자인 사양 공용화와 생산 공정 개선 등을 통해 1.5%p를 절감하고, 하이브리드 물량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 확대 등으로 재료비에서 1%p를 낮출 계획이다. 부품 현지화 확대를 통해서도 0.5%p를 추가로 절감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인식까지 개선하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건비와 부품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생산거점 조정 등을 포함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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