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연체하면 가족 연체확률 8.8%
중·고소득 71%에도 금리 충격 취약
부채가구 11.1%, 원리금 부담에 소비 제약
한은 "취약가구 선별 지원 검토해야"
주택을 구입하면서 빚을 크게 늘린 '고차입 주택취득가구' 금리가 1%포인트(p) 오를 경우 연체확률이 0.81%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구에서 한 명이 연체하면 1년 안에 다른 가구원까지 연체할 확률이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약 2배에 달했다. 고차입 가구의 부실 위험이 가족 전체로 번지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원리금 부담이 소비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고소득 '영끌족'도 금리 충격 취약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연체확률은 12개월 뒤 0.81%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주택보유가구의 상승폭인 0.56%p와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0.52%p, 일반 주택취득가구의 0.64%p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금리 1%p 상승은 향후 금리 전망이 아니라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다. 장훈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과장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가 큰 폭의 금리 상승을 얼마나 견디는지 보기 위해 기존 문헌에서 많이 활용하는 100bp(1bp=0.01%p) 상승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라며 "향후 금리가 이 정도 오를 것이라는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2023~2025년 주택을 취득한 가구 중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폭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를 뜻한다. 이들 가구의 약 71%는 소득 3~5분위의 중·고소득층이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확률 상승폭은 저소득 2분위 가구의 0.83%p와 비슷했다.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더라도 집을 사는 과정에서 빚을 과도하게 늘리면 금리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장 과장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소득 1·2분위 비중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저소득 가구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며 "소위 '영끌'과 관련한 리스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가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가구원 간 신용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컸다. 한 가구원이 연체한 뒤 12개월 안에 다른 가구원도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4.6%보다 1.9배 높았다. 일반 주택취득가구의 5.4%와 비교해도 3.4%p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차입에 따른 신용위험이 차주 개인을 넘어 가구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는가계부채가 소비를 억누르는 현상도 확인됐다. 한은이 가구의 카드사용액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6%를 넘어서면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이 낮은 구간에서는 대출로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소비가 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가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부채보유가구의 11.1%가 이 같은 소비제약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빚이 있는 가구 10곳 중 1곳 이상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면서 소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부채보유가구 가운데 DSR 46%를 초과한 가구의 비중은 2024년 12.3%에서 지난해 11.1%로 낮아졌지만, 소득 1분위에서는 같은 기간 13.1%에서 14.5%로 오히려 상승했다. 2021년 11.4%와 비교하면 4년 만에 3.1%p 높아졌다. 경기 회복에도 저소득층은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소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은은 금리 상승기에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부담과 재무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취약가구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선별적 정책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부실이 가구원과 다른 부문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억제하기 위한 통화·거시건전성 정책도 일관되게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과장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위험과 가구원 간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저소득가구의 높은 채무상환 부담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구DB 등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해 가계의 신용위험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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