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한국투자저축은행 ‘실적 훈풍’ 견인

2분기 평균 유동성비율 129%대 ‘안정화’

업계 "연체율 관리 우선" 신중론

서울의 한 저축은행 본점에서 관계자가 영업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저축은행 본점에서 관계자가 영업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산 규모 상위 20개 대형 저축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배가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200%대까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유동성비율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한층 완화된 모습이다.

다만 팍팍해진 가계대출 규제, 건전성 관리 압박 탓에 저축은행의 본업인 여신(대출) 사업은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절반의 회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806억원) 대비 무려 3940억원(218%) 폭증한 수치다. 고금리 장기화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전통적인 이자 수익 창출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 유가증권 투자 등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한 대형사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주효했다.

개별 저축은행의 성적표를 보면 대형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자산 기준 2위인 OK저축은행이 상반기에만 22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자산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 1530억원의 순익을 냈고 웰컴저축은행(873억원), SBI저축은행(376억원), DB저축은행(13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넘버 2·3'인 OK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 두 곳의 순이익 합계만 전체의 66.4%를 차지하며 업계 전반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굳건한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작아 대조를 이뤘다.

20개사의 2분기 평균 유동성비율은 129.18%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48%)보다 36.30%포인트(p) 하락했다.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나 예금 대비 즉시 지급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을 뜻하며 금융감독원의 규제 기준은 100%다. 이 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과거처럼 비상시를 대비해 무리하게 현금을 쌓아두지 않아도 될 만큼 자금 운용의 숨통이 트였다는 의미다.

자산 상위 5개사의 2분기 유동성비율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이 140.83%로 가장 높았고 OK저축은행(124.63%), 웰컴저축은행(119.00%), SBI저축은행(111.91%), 애큐온저축은행(104.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240.75%까지 치솟았던 유동성비율이 1년 만에 100%p가량 급락하며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되찾은 모습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당시 방어적 차원에서 단기 자금을 대거 예탁금으로 묶어두면서 유동성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됐던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잦아들고 과도한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줄어들면서 이제야 각 사가 판단하는 적정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수익원인 대출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상위 20개사의 2분기 여신 잔액은 68조2124억원으로 전년 동기(67조9839억원) 대비 불과 228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 위축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액(100%)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 80% 예외 인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유인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 역할을 고려해 한도 여유를 둔 데 이어 6월 도입된 중금리 생활안전대출 취급 기관도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난 만큼 향후 대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섣불리 대출을 늘렸다가는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완화는 환영할 만한 조치이나 현재 영업점을 찾는 차주 대부분이 이미 다른 곳에서 대출 한도를 꽉 채운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다"며 "외형 성장에 쫓겨 무리하게 대출 문턱을 낮췄다가는 자칫 공들여 관리해 온 건전성 지표가 다시 악화될 수 있어 보수적인 여신 심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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