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두 달 새 13% 급락
수출비중 높은 반도체·車 치명타
내년 경영 계획 수립 ‘발등의 불’
문제는 불확실성… 9월 반등설도
“최근 원화 강세에 내년 사업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환율은 물론 금리, 유가도 변동성이 너무 커져 어느 선을 기준으로 전략을 짜야 할지 난감하다.”
한 달 뒤 내년 사업계획을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출해야 하는 주요 대기업 고위 임원은 최근 요동치는 환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23개월 만에 130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600원 ‘뉴노멀’ 시대가 열리나 걱정했는데, 단 3달 만에 12%나 급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대기업은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추정치를 10%가량 낮췄다. 당장 추석 이후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기업들은 갑자기 요동치는 환율에 초비상이다. 문제는 최근의 환율 추이가 대세인지 다시 치솟을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무 경영진들은 기존에 만들던 내년 경영계획 초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경영진들도 추석 이후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내년 업무보고를 앞두고 관련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널뛰기 환율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359.50원에 거래됐으며, 장중 한때 134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두달여 전인 7월 2일(1554.40원) 대비 12.5%(194.9원) 급락한 것으로,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2024년 10월 8일(1344.6원) 이후 최저치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해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지속 공급된 게 환율 하락의 이유”라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축소된 것도 환율 하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급락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산업에 치명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이른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결제 대금을 달러로 받지만, 비용의 상당 부분(매출의 약 20%)이 원화로 지출되는 구조”라며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하는 단기 실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환율 부담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15조5000억원에서 104조1000억원으로 10% 하향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76조7000억원에서 74조원으로 3% 낮췄다.
현대차 역시 올 2분기 고환율에 2380억원의 환차익을 거뒀지만, 하반기에는 반대로 환차손을 우려할 처지에 놓였다.
원화의 향방은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거나 주요국의 재정 불안으로 달러 선호가 강해질 경우 원화가 언제든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9월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지면 달러는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동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 이상을 유지했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던 상황”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구조상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1300원 대까지는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강민성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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