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민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30년 1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합뉴스 CG
사실상 국민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30년 1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합뉴스 CG

나라 곳간에 빚과 이자라는 이중 부담이 쌓이고 있다. 6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서 적자성 채무는 1117조1000억원이다. 2028년 1192조4000억원, 2029년 1245조8000억원으로 점차 증가해 2030년에는 1312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예산(추경 포함)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287조100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빌린 돈에 대한 대응 자산이 없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다.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늘수록 국가채무는 규모뿐 아니라 질도 악화한다. 이렇게 빚이 늘면서 이자 부담도 눈덩이다.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올해 36조5000억원에서 2030년 53조3000억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한 해 50조원이 넘는 돈을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세수 호조와 성장률 개선으로 재정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0%로, 50% 이내에서 관리될 것이라 한다. 직전 중기계획에서 2029년 58.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에 기대어 재정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반도체 경기는 언제든 꺾일 수 있고 세수 호조 역시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새로운 지출에 쏟아붓는 등 씀씀이를 키우면 경기가 꺾였을 때 재정은 다시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재정지표가 좋아졌을 때야말로 위기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힌 세수를 또 다른 지출의 종잣돈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재정 체력을 회복하는 데 쓰는 일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적극 활용하고, 선심성·낭비성 사업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기존 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야할 것이다.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지출의 마지노선도 확실히 세울 필요가 있다. 세수가 풍족할 때 빚을 줄여 놓아야 충격이 닥쳤을 때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힌 세수를 공돈처럼 써선 안 된다.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덜어주는 데 우선 사용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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