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병 기다린다” 노골적 압박…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무기 수출 연계

이란 “관여 시 참전 간주” 강력 경고… 호르무즈 인근 무력 충돌 격화

靑, 초계기 등 비전투 자산 다각도 검토… 8일 한·프 정상회담 분수령

野 “결단” vs 범여·시민단체 반발… 지지율 하락 속 장병 안전 딜레마

호르무즈해협에 떠있는 선박들.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에 떠있는 선박들. 로이터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실질적 기여’와 ‘검토 중’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결정을 유보해 왔으나, 대내외 압박이 가중되며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미국은 실제 자원 배치를 지속적으로 재촉하고 있으며, 이란은 파병 시 전쟁 당사자로 간주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범여권과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결정을 미룰 경우 ‘동맹 관리 실패’라는 야당의 공세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당면한 가장 큰 외부 압박은 미국의 거듭된 파병 요구다. 미국은 구체적인 지원 형태를 명시하지 않은 채 동맹국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언론 등을 통해 한국이 중동 석유의 주요 수입국임을 거론하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배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한국의 파병 문제를 한반도 안보 상황과 직접 연계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한국의 이란전 지원 거부와 훈련 비용 등을 문제 삼으며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 보수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마크 티센의 칼럼을 트루스 소셜에 공유했다. 해당 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지원 거부에 정당하게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한국의 군사적 관여를 사실상의 전쟁 개입으로 규정하며 최고 수위의 경고를 보냈다.

5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는 알마야딘 방송에서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반하는 행동에 관여하면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과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파병을 둘러싼 국내의 엇갈린 여론은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야당은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압박 중이다. 국민의힘은 6일 공식 논평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간보기가 결국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입지만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범여권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장병 및 교민 보호, 외교 관계 유지를 명분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한국이 군사작전 참가국으로 인식되면 교민과 선박이 보복 및 우발적 교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참여연대 역시 “한반도 평화공존을 말하며 타 지역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파병 검토 철회를 압박했다.

5일에는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파병 검토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전투 전력 파병도 전쟁 참여라며 국회 동의 불가 입장을 밝혔고,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진보당 등도 파병 검토 중단을 요구했다.

내우외환 속에 지지율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결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리얼미터 등 각종 ARS 자동응답 조사에서 30%대, 한국갤럽 등 면접심층조사에서는 40%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청와대는 원론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전투, 비전투, 수색 등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반도 대비태세를 고려하고 국회 동의 등 국내 절차에 따라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고민이 깊다. 아직 진척된 건 없다. 현재는 ‘파병’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 논의의 1차 분수령은 이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는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프랑스가 영국과 함께 호르무즈 자유통항을 위한 국제 공조를 주도해 온 국가인 만큼, 청와대도 이번 회담에서 호르무즈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번 정상회담에도 (관련)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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