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달러예금 770억달러 육박
기업 달러·개인 엔화 매수세 몰려
"환전 미루고 저가매수 나섰다"
원화 강세를 틈타 기업과 개인이 달러·엔화 확보에 나서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화예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수출대금 환전을 미루고 달러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69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합산 통계가 집계된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달러예금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69억500만달러 늘어난 763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후 이달 들어 불과 3영업일 만에 6억4300만달러가 더 쌓였다.
기업이 달러예금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 3일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633억2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60억8000만달러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5억달러 증가했다.
기업 달러예금이 급증한 것은 원·달러 환율 하락과 맞물려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쯤 1345.0원까지 떨어졌다. 2024년 10월 8일 장중 기록한 1344.6원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1일 장중 고점인 1599.2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54.2원 급락했다.
환율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은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을 늦추고 있다. 달러가 필요한 수입기업도 향후 환율 변동에 대비해 분할 매수에 나서면서 예금 잔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도 달러 매수에 가세했다. 지난 3일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36억8100만달러로 2022년 2월의 138억4900만달러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말보다 1억4400만달러 증가했다.
실제 5대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꾼 금액은 지난달 3억8900만달러로 지난 1월의 5억600만달러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원화→달러 환전액은 지난 2월 2억7500만달러에서 6월 1억64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가 7월 3억4900만달러로 반등했다. 이달 들어 지난 3일까지도 6000만달러가 환전됐다.
반대로 달러를 원화로 바꾼 금액은 지난달 1억1100만달러, 이달 들어 지난 3일까지 1700만달러에 그쳤다. 달러 매도액이 매수액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셈이다. 환율이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한 개인들이 미국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할 달러를 미리 사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화예금에도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 3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243억3000만엔으로 2024년 10월 말의 1조1542억2000만엔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불과 3영업일 만에 415억8000만엔 늘었다. 지난 8월 한 달간 증가액인 438억4000만엔과 맞먹는 규모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를 싸게 사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엔 환율은 지난 7월 23일 약 1년8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간 뒤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난 2일에는 장중 853.07원까지 떨어져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를 엔화로 바꾼 금액도 증가했다. 이달 1∼3일 환전액은 총 63억엔으로 지난달 한 달간 환전액인 282억3000만엔의 22%에 달했다. 원화→엔화 환전액은 지난 7월 388억6000만엔, 8월 282억3000만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0.3%, 27.6%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일본 여행과 향후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한 개인 수요가 엔화 매수를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기업이 원화 환전을 미루는 동안 수출 대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달러 예금이 쌓이고 수입 기업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분할 매입하고 있다"며 "엔화는 달러에 비해 개인 예금 비중이 높은데 그 바탕에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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