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처분 취소 소송서 병원 패소 확정
대법 “응급진료 거부 정당한 사유 없어”
지난 2023년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못해 구급차를 타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진 사건과 관련, 당시 응급진료를 거부한 병원에 대해 내려진 행정처분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당시 구급대가 후두부 부종 등을 보인 만 17세 환자를 수용해 달라고 대구지역 내 여러 병원에 의뢰했지만, ‘진료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A병원 등 4곳을 행정처분한 데 대해 A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처분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3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2023년 3월 19일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다 숨진 사건에서 비롯됐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조사에 나선 복지부는 같은 해 5월 A병원을 비롯한 4곳에 행정처분을 했다.
A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복지부가 보조금 6개월 지급 중단과 위반사항 시정명령을 내리자, A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당시 다른 중증 외상 환자 수술에 의료진이 동원돼 적절한 응급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수용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응급수술에 당시 병원에 재직 중인 외상외과 전문의 전원이 투입됐고, 응급실에 근무하던 전문의 2명과 전공의 2명만으로는 응급실 내 진료 여력이 넉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A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절한 것은 ‘응급의료 거부 또는 기피’에 해당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병원의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당시 A병원에서 응급수술이 진행됐던 것은 맞다”면서도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경외과·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이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급대원으로부터 전화로 전해 들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특정 진료과목 진료가 어려워 선별적으로 수용을 거절한 것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경우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 응급의료 의료진의 부족, 응급실 과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본격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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