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AI·자동화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
인력 감축·배치전환 땐 노사 교섭 가능
신규채용·정년연장까지…사람·로봇 공존 숙제
현대자동차가 생산현장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투입해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AI·자동화 설비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이나 배치전환 등을 노사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으면서다.
현대차가 기술직 신규 채용을 늘리기로 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 논의까지 현실화할 경우 사람은 더 뽑고 오래 고용하면서 로봇에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노동부는 AI나 자동화 설비 도입 자체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으로 보고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신기술 도입에 따라 직무·근무형태 변경이나 정리해고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인력운영계획이 마련되는 등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될 경우 관련 사안을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뿐 아니라 고용안정대책과 근무시간 조정, 작업방식 변경에 따른 안전보건 대책 등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차로서는 향후 국내 생산현장에 로봇을 본격 투입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피지컬 AI를 미래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자동차 생산현장 등에 활용해 제조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내 공장에서 로봇이 기존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로봇 도입 자체는 회사가 결정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기존 인력을 줄이거나 다른 업무로 재배치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질 경우 노사 교섭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사람도 더 뽑아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2027년 기술직 200명, 2028년 300명 등 총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이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도 공감하고 신사업·신기술 추진 경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생산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동시에 로봇 도입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셈이다.
정년 연장도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정년 연장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법정 정년이 늘어나면 기존 생산인력의 근속기간 역시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내 생산현장에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서 로봇 투자까지 병행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반복 작업을 로봇에 맡겨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자동화 투자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로봇과 기존 인력의 역할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노사 간 해법 마련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임주희 기자(ju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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