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사진=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 승인 청탁’ 의혹이 브로커와의 사적 관계 및 법관과의 만남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모씨와의 만남을 두고 “우연히 마주쳤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통화 녹취에는 김 후보자가 먼저 양씨에게 만나자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자의 해명을 정면 반박하며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2년 2월 9일 양씨와 통화하면서 “동생,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 그냥”이라고 말했다. 양씨가 “오빠, 지금 달려갈게. 어디야”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여의도”라고 답했다.

양씨는 “지금 바로 출발하겠다”며 주소를 요구했고, 김 후보자는 잠시 고민한 뒤 “기다릴게”라고 말했다.

이어진 두 번째 통화에서는 김 후보자가 “20∼30분밖에 못 보면 아쉽잖아”라고 말했고, 양씨는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으니까 일단 있어봐”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 대목을 문제 삼으며 “양씨로부터 잔뜩 받은 ‘물건’이 뭐였느냐”고 공개적으로 따져 물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김 후보자 측이 앞서 해당 만남을 ‘우연한 조우’​라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면 만나기 전부터 이처럼 친밀한 통화를 주고받으며 약속을 잡은 정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은 앞서 공개된 사진에 대해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정모 판사와 양씨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며 이후 이들과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가 사실이라면 단순히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관계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한동훈 의원(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의원(사진=연합뉴스)

논란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의원은 2021년 10월 양씨가 다른 인물과 통화한 녹취도 공개했다. 녹취에서 양씨는 “인허가 푸는 거는 승원 오빠”라며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에다가 푸시해줄까”, “후원금도 500만원밖에 안 되니까 네가 잘돼야지”라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양씨 측이 충분한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개된 2021년 9월 14일 통화에서도 양씨는 신약 사업과 관련해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당시 ‘내년’이 2022년을 가리키며, 당시 예정된 대선과 연결되는 발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의원은 이를 근거로 “공적 권력의 사적 남용이 부패”라며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김 후보자 의혹을 알고도 지명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양씨의 요청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직접적인 금품 수수가 확인되지 않았고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여기에 2022년 2월 김 후보자와 양씨, 영장전담판사 정모씨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김 후보자 측은 정 판사가 당시 양씨 관련 영장 심사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다른 영장전담판사들이 심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초점은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다.

‘우연히 만났다’는 해명과 실제 통화 내용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씨가 실제로 어떤 관계였는지, ‘물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신약 임상 승인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행사한 영향력이 어디까지였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 장관은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가 요구되는 자리다. 과거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단순한 해명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공개된 녹취와 만남의 경위, 브로커와의 관계를 국민 앞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원의 주장대로 이번 사안이 단순한 ‘우연한 만남’으로 끝날 수 있을지, 아니면 공직 후보자와 브로커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확대될지는 인사청문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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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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