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의 장기전을 자신 있게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의 대이란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만 백악관은 이란의 군사적 역량이 미국에 맞설 수준으로 커졌다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이 6개월간 이어진 충돌을 거치며 자신의 군사적 강점과 미국의 한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장기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 지도부는 전쟁 과정에서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했고, 내부 반대 세력은 위축됐다. 미사일과 드론 전력도 여전히 남아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에 대한 핵심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제이슨 크로 민주당 의원은 이란이 현재 상황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더 장기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 정보당국 브리핑을 받은 관계자들은 이란이 미국의 미사일·탄약 비축량 감소를 고려해 대규모 추가 공격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충돌을 끌고 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을 키우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 하원의원은 이란이 자신들에게 최대한의 협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공개적인 메시지는 상당히 다르다.
JD 밴스 부통령은 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의 미국 내 사이버 공격 능력에 대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위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보다 다른 행위자의 사이버 공격을 더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의 충돌을 당장 ‘전쟁’이라고 부르지는 않겠다며 미국의 대이란 작전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에도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놓았고, 4일에는 이란과의 충돌을 “작은 감자(small potatoes)”에 비유하며 상황을 축소해 표현했다.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크게 약화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미국이 이란의 공격을 억제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인위적인 종료 시한을 정할 필요는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란이 미국보다 강해졌느냐’가 아니다. 미 정보당국이 평가하는 이란의 장기전 의지와 백악관이 강조하는 미국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 사이에 상당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NYT 보도대로라면 이란은 전쟁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제약과 정치적 부담을 계산하면서 장기전을 선택할 여지가 커졌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은 이란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미국이 군사·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면 결국 테헤란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쪽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도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를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중동에 상당한 병력과 군사자산을 계속 배치하고 있고, 미 국방부가 중동 주둔을 2027년까지 연장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단기간에 끝날 충돌’이라는 전망과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도 커지고 있다.
결국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을 얼마나 약화시켰는지, 이란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미사일·드론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압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향후 전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이란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정보당국의 평가와 ‘이란의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백악관의 메시지 중 어느 쪽이 현실에 가까운지는 앞으로 이어질 충돌과 협상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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