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산후정신증을 앓았다는 점을 놓고 재판을 받았지만, 배심원단이 유·무죄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재판이 무효로 끝났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법원은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린지 클랜시(36)에 대해 심리 무효(mistrial)를 선언했다.
여성 9명과 남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7일간 평의했지만 만장일치 평결을 내리지 못했다. 배심원단은 이날 재판부에 “만장일치 결정에 이를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전달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클랜시가 범행 당시 산후정신증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있었는지, 이에 따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클랜시는 2023년 1월 매사추세츠주 덕스버리 자택에서 당시 5세, 3세, 생후 8개월이던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클랜시가 남편에게 아이의 약과 저녁 식사를 사 오도록 해 집을 비우게 한 뒤 범행했다며 계획적인 살해였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막내 출산 이후 클랜시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됐으며, 범행 당시 아이들을 죽이라는 남성의 목소리를 듣는 등 심각한 정신병적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 6주간 진행된 재판에서는 양측 의료 전문가들이 증인으로 나와 범행 당시 클랜시의 정신상태와 책임능력을 놓고 맞섰다.
배심원단은 평의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전날에는 한 배심원이 유죄 판단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입증’이라는 법적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내용이 배심원 대표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클랜시 측은 해당 배심원을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클랜시의 유·무죄는 판단되지 않았다. 검찰은 새로운 배심원단으로 재판을 다시 진행할지 여부를 즉각 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클랜시의 전 남편 패트릭 클랜시는 앞서 전처를 용서했으며 범행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산후정신증을 앓은 피고인의 형사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미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재판 기간에는 산후 우울과 불안을 경험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수백 명이 법원 앞에 모여 “그녀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TV에 너무 많이 나와서 안 지켜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랜시에 대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게 될 것이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대가가 “정신병원이나 감옥, 혹은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기소 여부를 결정할 경우, 향후 재판에서는 산후정신증이 범행 당시 클랜시의 형사책임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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