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는 게 효율?… 2001년엔 한전 ‘발전 부문’ 분할이 경쟁력
1만4000명 ‘거대 공기업’ 탄생… 방만경영 우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쪼개졌던 '발전 5사'가 25년 만에 하나로 묶인다. 정부의 2차 공기업 이전계획에 담긴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와 소규모 기관 통합 방침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3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개사를 '한국발전'(가칭)으로 통합하는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내놨다. 흩어진 조직을 묶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1만4000명이 넘는 거대 공기업의 탄생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발전 5사 체제는 지난 2001년 4월 출범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전력산업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한국전력의 발전 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등 5개사로 나눴다. 발전사 민영화 방안도 추진됐지만 매각은 무산됐다.
발전 5사를 향한 시선은 25년 만에 정반대가 됐다. 이재명 정부는 '발전 5사'가 유사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연료 구매와 발전소 운영,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제각각 추진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는 통합을 하면 인력과 조직, 그리고 투자의 중복을 줄이고, 공동구매를 통해 발전 원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 관련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재생에너지와 석탄발전 전환 등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도 하나의 재무구조 아래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합치면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처럼 달라진 시선이 정확한 해법이냐는 것이다. 일단 발전 5사가 하나로 통합되면 1만4431명의 거대 공룡 공기업이 탄생한다. 통합 코레일과 한국전력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공 조직이 된다. 조직 비대화는 방만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벌써 25년 전 공룡 발전 공기업을 직능별로 쪼갰던 명분인 경쟁력과 효율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거대 단일회사가 발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경영 혁신과 비용 절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일회계법인 연구용역에서도 '1사 통합'의 단점으로 공정한 경쟁 저해와 경쟁자 부재에 따른 방만경영 가능성, 조직문화 충돌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1개사'가 적정한 규모인지도 이견이 있다.
조영상 연세대 교수는 지난 4월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토론회에서 "국내 발전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정 발전량은 연간 약 100TWh 정도"라며 "발전 5사의 2024년 발전량이 196.7TWh인 점을 감안하면 2개사 체제가 적정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조직 물리적 통합과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기존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꾸면 통합의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중복 기능과 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노사 갈등의 불씨를 건드릴 수 있다. 발전5사 내부에서는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 6월 '발전공기업 역할 재정립 연구용역 중간보회'에서 "거대 통합법인이 출범할 때는 내부 효율성 제고, 인력관리(HR) 체계 등을 위한 특별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통합본사 위치도 '뇌관'이다.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따라 발전 5사 본사는 여러 광역시도에 흩어져 있다. 벌써부터 통합 본사를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정치 논리에 휘둘려 경제 실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김우람 기자 kwr@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