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휘두른 규제 칼날이 오히려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금 폭탄과 대출 옥죄기를 피해 노원·강북 일대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불과 한 달 새 실거래가가 1억원 가까이 뛰는 등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중순 9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8억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SK북한산시티는 3830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강북권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단지 중 하나다.

노원구 아파트 가격도 뛰고 있다. 노원 포레나 전용 84㎡는 지난달 13억7500만원에 팔렸다. 5월에만 해도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평형이다. 고층 기준으로는 호가가 15억원까지 상승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 전용 41㎡는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은 지난 7월까지 5억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는데, 한 달여 만에 6000만원 뛴 것이다.

상계동 R공인 관계자는 "최근 거래되는 물건은 대부분 신고가로 계약되고 있다"며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기존 매물의 호가를 올려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지역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중저가 아파트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시가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였다.

그러나 20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의 경우 세 부담이 오히려 낮아지거나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기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고가 아파트를 타깃으로 한 대출 규제도 강북권 아파트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강북권에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많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로도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매매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3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노원구와 강북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전주보다 0.50%, 0.45% 상승했다. 직전 조사에서도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0.54%, 0.55% 상승했다.

노원구와 도봉구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금천구, 관악구 등 다른 비강남권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노원구나 도봉구뿐 아니라 금천구, 관악구 등 비강남권 대부분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보금자리론 소득자격 인정요건 기준 완화 등 2030세대 무주택자들에게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시행될 예정인 만큼, 서울 중하위 지역들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순환매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순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