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 세모 게임즈 대표 인터뷰

경력 없는 고졸 문하생에서 어엿한 게임 개발자로

BIC 심사위원상 수상… 인디게임 시장서 주목

신작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 2027년 7월 출시 목표

"개발 완성도 30% 수준… 얼리 액세스 시점에는 70% 될 것"

이상태 세모게임즈 대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이상태 세모게임즈 대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게임으로 사람에게 소중한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 찬가'에 가깝습니다."

이상태 세모게임즈 대표는 게임 개발에 뛰어들기 전 만화 작가를 꿈꾸던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만화가 문하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출판 만화 분야를 떠나 게임 개발자로 돌연 변신했다.

게임 관련 경력이 전무한 그가 게임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3일 디지털타임스와 만나 "만화는 필연적으로 협업이 많고 유통 단계에서 작품이 잘리는 구조가 있었다"며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이용자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매체를 찾다 보니 게임이 보였다"고 말했다.

게임이나 정보기술(IT) 쪽 교육을 받지 않은 그가 코딩을 비롯한 게임 개발 전반을 배운 곳은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42서울'이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2023년 42서울 6기생으로 교육과정을 밟은 그는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협업 방식을 배웠다.

그는 "팀 과제를 누구와 함께 할지 정하고, 의견이 충돌하고, 신뢰를 쌓고, 잘못을 인정하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누군가와 협업한다는 것 자체를 실무적으로 배운 것이 창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세모게임즈 로고.
세모게임즈 로고.

세모게임즈는 42서울 동료 3명이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시작했다. 이후 한 명은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다른 한 명은 별도 게임사를 세우며 팀을 떠났다. 현재는 이 대표와 20년 지기 아트 담당자 2명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명 '세모'에도 그의 생각이 묻어 있다. 해외에서도 발음하기 쉬우면서 한국 개발사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단어를 물색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재미·새로움·감동'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덧붙였다.

그는 "해외 게임쇼에서 이름만 보고도 한국 게임사라는 점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 공식 이미지. 세모게임즈 제공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 공식 이미지. 세모게임즈 제공

이 게임사가 개발 중인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는 한쪽 팔을 잃은 대장장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캐주얼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 '토카톤톤'에서 영감을 얻었다. 원작에서 전쟁 뒤 좌절한 청년의 의지를 꺾는 망치질 소리를 '좌절한 인물'과 '대장간'이라는 게임의 소재로 다시 풀어냈다.

게임의 핵심은 복잡한 작업을 반복하는 기존 경영 시뮬레이션의 피로감을 줄이는 데 있다. 손님이 원하는 장비를 주문하면 이용자가 블록 퍼즐을 맞춰 제작하고 한정된 재료를 관리하며 상점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캐주얼한 블록 퍼즐과 경영 시뮬레이션을 결합하고 그 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라며 "이전 게임과는 다르지만 마냥 낯설지 않고, 유치하지 않은 경험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모게임즈는 게임 속 서사를 제작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감받은 다자이 오사무 작품에 담긴 절망과 희망의 양면성을 게임 콘텐츠로 구현해 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좌절하고 비관적인 이야기와 희망적인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었다"며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드는 데 게임만큼 적합한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국내외에서 반응을 얻으며 결실을 맺고 있다.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26'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평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종합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선정됐다고 들었다"며 "게임을 모난 곳 없이 두루두루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위안을 얻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토카톤톤'이라는 의성어 자체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다. 대만에서는 외팔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설정이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상태 세모 게임즈 대표가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있는 서울 개포동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새롬관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이상태 세모 게임즈 대표가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있는 서울 개포동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새롬관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이 대표는 스스로 게임 완성도가 20~30%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단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 7월 31일까지 게임 완성도를 70%까지 높여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하고, 서비스와 콘텐츠 개발을 병행해 2029년까지 100%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얼리 액세스 전 스팀 위시리스트(찜하기)를 4만개까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위시리스트 수가 약 1만5000개인데, 체험판 빌드를 완성해 내년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하면 달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출시 전 신작을 미리 체험해보는 온라인 행사인 만큼, 전 세계 인디게임 팬덤을 사로잡는다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국내외 게임쇼에 참가해 인지도를 쌓고 스팀 위시리스트를 내년 상반기까지 2만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아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 대표 혼자 게임을 개발 중인 터라 인공지능(AI)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 대신 이용자가 거부감을 나타내는 주요 콘텐츠 개발엔 AI를 쓰지 않는다. 코딩, 품질보증(QA), 번역·현지화 작업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령 개발 도중 코드 변경으로 참조가 깨진 파일을 찾거나 번역 문구 오탈자를 점검하는 데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도 42서울에서 배운 리눅스 기반 컴퓨터공학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프로젝트 파일에 접근하거나 진단할 때 grep, sed 같은 리눅스 명령어를 사용한다"며 "'모든 것은 파일이다'라는 리눅스 철학을 이해해야 AI에 정확한 명령을 내리고 잘못된 정보도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토카톤톤: 외팔 대장장이 이후에는 부담 없이 짧게 제작해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무료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게임 개발을 요리에 빗대며 "아무리 정성과 시간을 들여도 맛이 없으면 고객은 우리의 노력을 외면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이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23년 42서울 교육과정과 청년창업사관학교, 게임 창업 트랙을 동시에 병행했다. 당시에는 교육과정 이수를 위해 주당 80시간을 학습장에 있어야 하는 운영 방침도 있어 부담이 컸다.

그는 "주변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교육과정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노베이션아카데미도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교육생 가운데 좋은 창업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계획은 인력을 빠르게 늘리거나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계속 게임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작품 하나의 흥행에 회사를 걸기보다는 작은 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경험을 꾸준히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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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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