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탈락 97%가 ‘고의성 미입증’ 탓

이의신청 3건 중 1건 뒤늦게 구제받아

전 재산을 떼이고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탈락자의 97%는 집주인이 '고의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의도를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심사 문턱에 가로막힌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이의신청을 하면 3명 중 1명꼴로 뒤늦게 구제를 받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의 재심의 행정 처리는 한없이 지연돼 법정 기한 준수율이 8%대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까다로운 잣대와 굼뜬 행정 탓에 벼랑 끝에 몰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두 번 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관받아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 신청은 6만7618건으로, 이 가운데 23%인 1만5567건이 피해자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됐다.

단일 부결 사유로는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68.5%(1만656건)로 가장 많았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임대인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임차인들을 속이는 등 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임차인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

이는 피해자 요건 4호에 해당하는데, 다른 사유와 4호가 복합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4호 관련 부결은 1만5110건으로 전체의 97.1%를 차지한다.

김 의원은 "부결 사례 대부분에 4호 요건이 포함된 만큼 구체적 판단 기준과 피해자가 제출해야 하는 입증 자료의 범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신청이 부결될 경우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의를 받을 수 있다.

올 7월까지 7693건의 이의신청이 처리됐으며 인용률은 35.6%(2737건)로, 3건 중 1건 이상이 재심의를 거쳐 피해 인정으로 결정이 바뀌었다.

이의신청 법정 처리 기한(20일)을 지키는 비율은 2023년 6∼12월 79.0%에서 꾸준히 떨어져 올 1∼7월에는 8.7%까지 급감했다.

국토부는 이의신청 처리 지연에 대해 "기존 자료와 추가 자료를 비교·검토하는 등 조사 난도가 높은 상황에서 조사 건이 누적됐으며 신청인의 자료 보완, 관계기관 회신,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대한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했다"고 의원실에 답변했다.

김 의원은 "이의신청 3건 중 1건 이상이 인용되고 올해 법정 처리 기한 준수율이 8.7%까지 떨어진 만큼 최초 심사의 충실성과 재심의 처리 역량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피해 주택 경매 관련 우선매수권 부여,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 지원, 전세대출 관련 금융지원 등 법에 규정된 여러 지원을 제공받는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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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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