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대외여건 빠진 단순 비교
순위 내려가도 대외건전성 개선
“불리한 정보 숨기려는 것 아냐”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통계에서 ‘주요국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하기로 했다.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포지션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순위가 우리나라의 외환건전성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3일 ‘외환보유액 순위 관련 설명’을 통해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포지션의 이질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외환보유액이 잠재적인 외화 유동성 충격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2008년 말 세계 6위에서 지난해 말 10위로 낮아졌고 올해 3월 말에는 12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다시 10위로 올라선 데 이어 7월 말에도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순위는 하락했지만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개선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채권 비율은 2008년 말 2.5%에서 올해 6월 말 19.5%로 높아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같은 기간 72.4%에서 46.5%로,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6%에서 24.4%로 낮아졌다.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8년 말 368bp에서 올해 6월 말 평균 26bp로 크게 축소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순위가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 기조와 금 가격 등 특정 자산의 시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대외부문 여건에 변화가 없어도 다른 나라가 보유한 금의 가치가 급등하면 순위가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 등의 영향으로 국가별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일시적인 순위 상승이나 하락이 우리나라 외환건전성 변화와 연결돼 해석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주요국 외환보유액은 IMF의 국제준비자산·외화유동성 통계와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외환보유액 순위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보도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통계는 이미 공개된 자료로 통계 이용자가 IMF 데이터베이스와 개별 중앙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순위를 산출할 수 있다”며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목적으로 순위를 삭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도 직전 달보다 낮아지지 않고 10위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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