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올려진 LH 기간제 보상 인력 채용 안내 예고 포스팅. [LH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LH 기간제 보상 인력 채용 안내 예고 포스팅. [LH 인스타그램 캡처]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창구 전락” 우려

속도전 실패 땐 인건비 낭비 지적 불가피

정부의 주택 공급 속도전에 떠밀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내 변호사급 고액 보상 인력 250명을 긴급 채용한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인건비 투입이 실제 보상 기간 단축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인 데다, 자칫 고위직 퇴직자들의 ‘재취업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마저 나온다. 막대한 인건비 지출에도 사업 기간을 줄이지 못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택지 조성원가에 반영돼, 결국 분양가 상승이라는 국민적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LH에 따르면 공사는 오는 4일부터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할 전문·경력 기간제 인력 250여명의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채용은 보상 전문역과 일반역으로 나뉜다. 전문역은 연봉 6200만원, 일반역은 4100만원 수준으로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최대 2년까지 근무한다. 일반역은 별도 자격 제한 없이 서류 정리, 현장 순찰, 이주 독려, 민원 대응 등을 맡는다. 전문역은 감정평가사나 보상 관련 자격증 소지자, 관련 경력 5년 이상인 자로 제한되며 쟁송 지원과 법무·세무·이주대책 등을 수행한다.

LH가 현재 기간제로 채용하는 사내 변호사의 연봉이 6000만~7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보상 전문역에 상당한 파격 처우를 제시한 셈이다.

LH가 대규모 충원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주택 공급 속도전이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실무 집행 기관인 LH의 사업 기간 단축 부담도 커졌다. 공공택지 사업에서 보상은 착공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관문인데, 보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사업 추진 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인력 증원이 곧바로 보상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상은 토지·지장물 조사부터 보상계획 공고, 감정평가, 협의보상, 수용재결까지 정해진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 속도나 수용재결 여부 등 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감정평가 등 핵심 전문 업무를 외부 전문기관이 맡는 구조에서 단순 인력 투입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원 자격상 LH 퇴직자도 채용될 수 있어 내부 시선은 곱지 않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는 현장 투입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장보다 관리·결재 업무를 주로 맡았던 고위직 퇴직자가 고액 연봉을 받고 복귀하는 ‘재취업 창구’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LH 한 관계자는 “현직자들 사이에서는 퇴직자를 높은 연봉으로 다시 데려오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며 “보상부서 근무 이력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 실무 역량을 갖췄는지 세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대비 효과 검증도 필수적이다. 보상 인력 250명의 추가 인건비는 공공택지 조성원가에 직결된다. 속도전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조직과 인건비 부담만 늘어나 결국 수분양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은 보상 갈등을 줄이고 협의보상률을 높일 수 있지만, 실무 역량이 부족한 인력을 고비용으로 채용하면 조성원가만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 보상 현장 수행 역량을 엄격히 검증해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H. [연합뉴스]
LH. [연합뉴스]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상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