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도 정기예금 두 달째 하락
7% 파킹통장으로 고객 이탈 선별 방어
요구불예금 13.9%… 유동성 부담 확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렸지만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오히려 두 달째 하락하고 있다. 대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면 이자비용만 늘어날 수 있어 저축은행들이 전면적인 수신 경쟁을 피하고 있어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최고 연 7%대 파킹통장으로 제한된 비용만 들여 고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단기성 자금 비중이 커지면서 수신 안정성과 유동성 관리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3.72%로 지난달 1일 연 3.81%보다 0.09%포인트(p) 낮아졌다. 연중 최고 수준이었던 7월 1일 연 3.86%와 비교하면 두 달 동안 0.14%p 하락한 것이다.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올해 1월 연 2.92%에서 6월 3.32%, 7월 3.86%까지 꾸준히 올랐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특히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3.00%로 추가 인상했는데도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반대로 움직였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회사의 수신금리도 상승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아직 정기예금 금리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경쟁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은 대출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금으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대출로 운용하지 못하면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만 늘어난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 신규 자금뿐 아니라 만기가 돌아온 기존 고객의 자금에도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해 조달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과거 고금리 수신 경쟁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점도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이유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던 2022년 저축은행들은 고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였고,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같은 해 11월 말 연 5.53%까지 치솟았다. 당시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은 이듬해부터 이자비용을 크게 늘렸고 저축은행업계는 2023년 5758억원, 2024년 4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대신 고금리 파킹통장을 활용해 고객 이탈을 선별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최고 연 7%대 금리를 내걸되 적용 금액과 기간, 가입 대상을 제한해 실제 이자비용은 낮추는 방식이다.
SBI저축은행의 '생활파킹통장'은 200만원 이하 잔액에 최고 연 7.7%를 제공한다. 다만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기본금리 연 2.7%에 신규 고객, 만 39세 이하, 간편결제 계좌 등록 등의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규 고객 우대금리 4.0%p도 가입 후 1년 동안만 적용된다.
고객이 200만원을 1년간 넣어두더라도 받을 수 있는 세전 이자는 15만4000원이다. 기본금리를 적용했을 때보다 저축은행이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는 고객 한 명당 연 10만원에 그친다. 가입 규모도 매년 2만좌로 제한돼 있어 모든 가입자가 한도를 채우더라도 유입되는 자금은 최대 400억원이다.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Ⅱ'도 간편결제 계좌 등록과 마케팅 동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7%를 제공한다. 그러나 최고금리가 적용되는 잔액은 50만원 이하로 제한돼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세전 이자는 연간 최대 3만5000원이다. 다올저축은행의 'Fi 쌈짓돈Ⅲ 통장'도 100만원 이하 잔액에만 연 5%를 적용한다.
이처럼 고금리 적용 범위를 제한한 파킹통장은 정기예금 금리를 일괄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높은 최고금리를 앞세워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간편결제 등록 등을 유도해 거래 고객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파킹통장을 통한 고객 확보는 수신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최고금리 적용액이 50만~200만원에 불과해 대출 재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고객이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어서다. 정기예금보다 조달비용은 낮지만 자금 이동 가능성은 더 크다.
실제 저축은행 전체 예수금에서 파킹통장과 같은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13.9%로 2022년 말 5.8%보다 8.1%p 상승했다. 약 3년 만에 비중이 2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정기예금에 쏠린 수신 구조를 다변화하고 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지만 그만큼 수시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도 늘었다.
비대면예금 비중이 커진 점도 유동성 관리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저축은행의 비대면예금 비중은 2024년 1분기 말 33.0%에서 올해 1분기 말 34.8%로 상승했다. 스마트폰으로 금융회사와 상품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만큼 금리 민감도가 높은 고객의 자금이 단기간에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도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인출이 쉬운 비대면예금 비중이 늘고 단기 예금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예수금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을 통해 당장의 조달비용을 줄이는 대신 유동성 관리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수신 구조는 어렵게 회복한 저축은행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2023년 5758억원, 2024년 4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뒤 지난해 41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440억원보다 2898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1조36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유가증권과 대출채권 관련 비이자손익은 같은 기간 267억원에서 2944억원으로 2677억원 급증했다. 본업인 예대마진보다 유가증권 운용과 충당금 부담 감소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끈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권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고객 자금을 붙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정기예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파킹통장으로 대응하면 단기성 자금이 늘어 유동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면 조달비용이 늘고, 낮은 비용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파킹통장을 확대하면 수신 안정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놓였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수신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어렵게 회복한 수익성과 유동성이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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