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단으로 변화 가능성"… 북미 신뢰·대화 여건 조성
전작권 환수, ‘평화의 직접 당사자가 질 책임’과 명시적 연결
당사자·페이스메이커 병행… 북미 양자대화 속 韓 역할 강조
구체적 협상 구상은 제시 안 해… 미주회의에 공공외교 주문
이재명(얼굴)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 징후 속에서 한국을 한반도 평화의 '직접 당사자'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제시했다. 북미 양자대화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회의 평화공존 정책대화에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들만의 일이 아니다"며 "이 막중한 과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그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립과 대결을 전제로 한 정전체제를 협력과 번영의 기반이 될 평화체제로 반드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대화의 시계는 7년째 멈춰 있다. 벽은 더 높아졌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도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앞서 걸으면 그곳이 바로 길이 된다"고 말했다.
또 "80년 넘게 쌓인 벽이다. 기다린다고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갈 곳을 분명히 정하고 움직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 대통령의 '북의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리겠다'는 발언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라고 평가했다.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에게는 거주국의 전문가·의회·시민과 소통하고 민주평통 핵심 사업인 '100만 세계시민 인터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삶 그 자리에서부터 평화의 가치를 전달해 나간다면 세계시민들도 결국 한반도 평화의 길동무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자리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생겼다"며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여건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며 현재 상황을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틀 뒤에는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일 국회에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 사실은 확인되지 않지만 대화 징후는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 협상 착수가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남북대화가 7년째 멈춘 가운데 북미대화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북한은 대화 가능성을 닫지 않으면서도 문턱을 높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북미 정상 간 소통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면서도 두 정상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시 문제 삼았다.
전작권 환수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목표로 이날은 자주국방이나 미국의 부담 경감을 넘어 전작권 환수를 한반도 평화의 직접 당사자가 질 책임과 명시적으로 연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북미대화의 '피스메이커'로 세우고 한국은 '페이스메이커'를 맡겠다는 기존 구상에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더한 것이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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