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한 달 만에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세제 개편을 믿고 집을 팔거나 증여하는 등 이미 의사결정을 내린 주택 보유자들은 정책이 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업계에선 잇단 정책 변경이 향후 부동산 대책의 효과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더라도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또다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할 수 있어서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가계약 파기와 호가 정정이 속출하며 시장의 셈법이 무섭게 꼬이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는데, 이를 한 달 만에 기존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세 부담 상한선의 경우 애초 개편안은 주택분·토지분 종부세의 연간 세 부담 증가 한도를 현행 150%에서 200%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이번 확정안에서는 기존 150%가 그대로 유지됐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공제는 각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부부 두 사람을 합치면 12억원 수준이 되는 셈이다.
정부가 당초 방침을 수정한 것은 여론 반발을 인식한 여당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실의 다양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며 정부에 제도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선 부동산 중개현장에서는 혼선이 일고 있다. 세제 개편 후 강남권 일대에서 급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태인데, 이번 정책 수정으로 집주인들의 매도 셈법이 다시 바뀔 공산이 커졌다.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종부세 강화 방침이 담기면서 지난달 압구정동과 반포 일대에서는 실거래가가 직전 거래보다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경우 53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5월 같은 면적이 63억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9억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강화가 철회되면서 일찍 매도를 결정한 집주인들은 정책 변경에 따른 의사결정 비용을 떠안게 됐다.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정부가 세제를 원래대로 돌리더라도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반포동 R공인 관계자는 "종부세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 축소안 폐기 이후 가계약을 파기하거나 매도 호가를 다시 높이려는 집주인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며 "세제가 다시 바뀌면서 매도자들이 서둘러 집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와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추가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입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제도가 다시 수정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변경이 앞으로 나올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정부가 규제안을 내놓더라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예측 가능성이 세제와 정책의 생명인데 이 부분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정부가 미숙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세제 개편안은 되돌릴 수 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시장이 치른 의사결정 비용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