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지진 피해자 1202명 호텔·료칸 대피 요청

나중에 “식사는 자비 부담”이라며 청구서 보내와

같은 현이라도 구마모토시는 47명 식사 무상 제공

안전한 곳 대피시키고 먹는 문제는 방치한 엇박자

구마모토 강진으로 무너진 주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마모토 강진으로 무너진 주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진 피해로 집을 떠나 호텔과 료칸으로 대피한 일본 구마모토현 이재민 1200여명이 숙박비는 지원받지만 식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구마모토시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호텔 대피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지자체 간 대응 차이도 도마에 올랐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은 지난달 발생한 지진 이후 학교 체육관 등 1차 대피소에 이재민이 장기간 머물 경우 감염병이나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중앙정부와 함께 호텔·료칸 등을 2차 대피소로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현내 204개 호텔 등에 이재민 1202명이 입주했다. 현은 이들에게 1박당 최대 1만5000엔(약 13만원)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식사다. 구마모토현은 호텔별로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폭염 속 식중독 우려도 있다는 이유로 식비는 이재민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이용하거나 외식을 할 경우 그 비용을 각자 내야 하는 셈이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대피한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생긴 것이다. 특히 한 끼에 1000엔이 넘는 식비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안전을 위해 호텔로 대피하라고 해놓고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에 따라 지원이 달랐다는 점이다. 구마모토시는 현의 방침과 별개로 지난달 4일부터 관 내·외 18개 호텔에 머무는 시민 47명에게 자체 예산으로 식사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기존 대피소에 공급하는 도시락을 호텔까지 배달하고, 아침에는 빵과 야채주스도 제공한다.

현행 재해구호법상 이재민 구호 비용은 국가와 도도부현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앙정부와 협의하면 식비 지원 한도인 하루 1480엔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2024년 노토반도 지진 당시 이시카와현은 중앙정부와 협의해 한도를 초과하는 식비까지 지원했다.

그런데도 구마모토현은 식비 증액을 위한 중앙정부와의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의 지원을 받아 호텔로 옮겨간 이재민들이 오히려 식비 부담 때문에 다시 체육관 등 1차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방재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재민의 필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인력과 비용 부족을 이유로 식비 지원을 사실상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논란은 지진 피해자를 안전한 숙소로 옮겨놓고도 기본적인 식사 문제를 개인의 지갑에 맡긴다면, 대피소의 수준을 높이는 정책 자체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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