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AI 주도권 중국에 넘어갈 수 있어”
데이터센터·오픈AI 규제하면 혁신 감속돼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은 전략적 자해”
EU는 고위험 AI 인간 감독·투명성 의무화
일자리 감소·인간 판단력 약화 우려도 제시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글로벌 기술업계와 규제당국의 시각차가 다시 선명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은 AI 경쟁에서 규제보다 혁신과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AI가 일자리와 인간의 판단·창의성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해 일정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기술장관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혁신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라 합법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규제 접근법을 겨냥해 새로운 기술을 원칙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기술 발전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세계경제 규모를 매년 20~30% 확대할 수 있는 만큼 규제보다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머스크가 강조한 또 다른 문제는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전력과 인프라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심각한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AI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저커버그 역시 AI 인프라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메타가 추진하는 오픈 웨이트 AI 모델에 대한 규제에도 반대했다.
허사비스 CEO는 AI의 산업적 잠재력에 주목했다. AI가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수년에서 수주 수준으로 단축하고 수백 가지 질병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수준의 AI가 등장할 경우 그 경제적·산업적 파급력이 산업혁명의 10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AI 경쟁에서 규제가 기술개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미국 빅테크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은 전략적 자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빠른 AI’가 반드시 ‘좋은 AI’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EU의 AI법(AI Act)이다. EU는 AI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부분의 저위험 AI에는 별도의 강제 규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채용 등 사람의 권리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AI에는 위험관리와 데이터 품질, 기록·추적, 인간의 감독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 지난달부터는 AI 생성물과 딥페이크 등에 대한 투명성 관련 규정도 본격 적용되고 있다.
유럽이 우려하는 핵심 가운데 하나는 노동시장이다. 생성형 AI가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금융·소프트웨어·미디어 등 전문직의 업무까지 빠르게 대체하거나 재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분석에서 전 세계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생성형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고소득 국가에서는 그 비중이 약 34%로 더 높았다. 다만 ILO는 현재로서는 직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보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변형되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직무의 변형’ 역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판단과 창작, 분석까지 대신하게 되면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인간의 능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장기간 AI에 의존할 경우 인간의 판단력과 창의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논쟁거리다.
AI가 생성한 정보의 정확성과 편향, 딥페이크를 이용한 여론 조작, 개인정보 침해,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따른 차별 문제도 규제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EU가 AI에 대한 투명성과 인간의 감독을 강조하는 것도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EU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도 AI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결국 AI를 둘러싼 논쟁은 ‘규제냐 혁신이냐’로 일도양단 할 수 없다.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지적하듯 과도한 규제가 AI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넘겨줄 위험도 있다.
반대로 규제가 지나치게 지체될 경우 기술의 편익이 사회 전체에 돌아가기 전에 일자리와 개인정보, 인간의 기본권 등이 심각한 비용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개발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 얼마나 빠르게 AI를 개발하느냐와 함께 AI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도록 어떤 규칙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느냐가 앞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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