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대기자
러시아가 최근 기존 드론보다 속도가 3배 빠르고 요격이 어려운 신형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다양한 군사 목표물들을 전방위 타격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제트추진 드론을 개발해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제트추진 요격률은 일반 드론 90%보다 현격히 낮은 65%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쁜 소식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를 이용해 드론을 유도해왔는데, 러시아가 이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시스템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들어 전쟁 양상은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통해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하며 전선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러시아에 적잖은 전략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제트추진 드론이란 게임체인저가 등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전쟁이 단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서유럽의 대(對) 러시아 견제와 파괴의 연장선에 있다. 그 배경은 수백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대리전을 하게 했다고 보는 것은 전혀 틀린 게 아니다. 물론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고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미국과 유럽은 두 전쟁에서 비슷한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두 전쟁 모두 군사력만으로 상대의 의지를 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이란전은 당초 예상했던 '단기전'과 거리가 멀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최근 "이란이 종전을 원한다면 이란 핵시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6월 12일 전쟁과 이번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이란의 핵시설은 건재하다는 것이 상식적인 세력균형 연구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이란 신정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켰지만, 더 강경한 그의 아들이 권좌에 올랐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8월 24일 기준 갤런당 4.085달러로 전쟁 전 2달러 초반 대비 거의 배 이상 올랐다. 석유 가격은 모든 현대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란전은 미국 국민들의 일상 곳곳에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전비 역시 막대하다. 브라운대학교의 독립 전쟁비용 분석기관 워코스트(WarCosts)는 미·이란전 비용을 113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월 보고서에서 실제 전쟁비용만 340억~42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우세하니 결국 이긴다"는 말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이 경계하는 안이한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느냐가 아니라 그 피해가 상대의 정치적 의지를 바꾸느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시카고대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오래전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서방 편입이 러시아의 핵심 안보이익을 자극했다고 주장해왔다. 2014년 포린어페어지에 실린 그의 글 제목 자체가 '왜 우크라이나 위기는 서방의 잘못인가'였다. 지난 6월에도 그는 러시아가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으며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뒤집었다는 서방의 낙관론은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전쟁사학자인 마거릿 맥밀런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나토 확대가 서방의 외교적 실수였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설명할 수 없으며, 궁극적인 결정은 푸틴의 선택이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아무런 구조적 원인 없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침략했다'고만 보는 것도 순진한 단순화다.
유럽연합(EU)은 2026~2027년 우크라이나에 900억유로 규모의 지원 대출을 마련했으며, 이 가운데 600억유로가 군사 지원이다. 8월에도 61억유로 규모의 추가 방산 조달을 승인했다. 따라서 "유럽이 곧 지원을 끊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소모전이 지속될수록 결국 이 전쟁에서 마지막에 무엇을 얻을 것이냐는 현실적 계산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이란에서 핵개발 억제라는 목표를 군사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란 역시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무한정 감당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일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6월 합의의 약속으로 돌아온다면 이란도 즉각 호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주장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목표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의 현실주의가 주는 가장 불편한 질문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와 합리주의가 지배적인 21세기에도 지정학적 병목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이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려고 패배를 시인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절한 군사적 압박으로 협상력을 확보한 뒤 정치적 타협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출구일 수 있다.
이규화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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