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요즘 카드 명세서를 볼 때마다 '구독료부터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챗GPT와 클로드를 유료로 사용하고, 집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한다. 여기에 쇼핑·배달 멤버십까지 하나둘 가입하다 보니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만 20만원에 육박한다.
A씨는 "하나씩 결제할 때는 몇 천원에서 2만~3만원 정도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모아놓고 보니 생각보다 금액이 컸다"며 "업무 때문에 AI 구독을 끊기는 어렵고 OTT나 멤버십도 자주 쓰다 보니, 필요한 구독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매달 여러 개의 구독료를 내는 소비자라면 이제 카드 명세서에서 '정기결제' 항목을 한번 들여다볼 만하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OTT에 더해 챗GPT·클로드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쇼핑 멤버십과 가전까지 구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도 새로운 고정비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카드사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구독료 할인 경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통신비나 아파트 관리비 같은 생활요금이 대표적인 고정비 할인 영역이었다면 이후 OTT와 쇼핑 멤버십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생성형 AI 구독료까지 카드 혜택에 속속 포함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 구독에 쓰는 돈은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생성형 AI 서비스를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고객 34만8000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결제금액은 2024년 1분기보다 516% 증가했고 결제 고객 수도 같은 기간 4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챗GPT와 같은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결제 고객은 491%, 결제금액은 609% 늘었다. 지난해 이용자 중 20대가 37%, 30대가 32%로 2030세대가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한 번 결제를 시작하면 장기간 유지하는 이용자도 많았다. 지난해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 유료결제 고객의 60%가 4개월 이상 구독을 유지했고, 10개월 이상 이용한 고객도 21%에 달했다. 1년 동안 두 개 이상의 생성형 AI 상품을 결제한 고객 비중도 2024년 4.9%에서 지난해 6.5%로 높아졌다. A씨처럼 업무 등에 따라 여러 AI를 동시에 구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를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업무나 여가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아예 끊기 어렵다면 현재 이용 중인 서비스에 맞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챗GPT와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부터 OTT, 쇼핑 멤버십, 가전 구독까지 할인 대상을 넓히고 있다.
신한카드가 카카오뱅크와 선보인 '카카오뱅크 착붙 신한카드'는 챗GPT와 클로드 정기결제에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네이버플러스와 쿠팡와우 등 쇼핑 멤버십도 할인 대상이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정기결제만 적용되고 간편결제나 앱스토어 인앱결제는 제외된다.
우리카드 '카드의정석2 ROUTINE'은 챗GPT와 유튜브 프리미엄·넷플릭스 등 디지털 구독·멤버십에 30% 청구할인을 제공한다. 아파트 관리비와 통신·교육·렌탈에도 15% 할인이 적용돼 구독료와 생활비를 한 장에 묶으려는 소비자가 살펴볼 만하다.
AI를 자주 이용하면서 카드 사용액도 많은 소비자라면 현대카드 'the Orange'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월 이용액 100만원 이상이면 챗GPT와 퍼플렉시티, 구글원 등이 포함된 테크 영역 결제액의 10%를 M포인트로 적립한다. 다만 연회비가 20만원인 프리미엄 카드인 만큼 AI 구독 혜택 하나만 보고 가입하기보다는 다른 혜택까지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여러 AI를 동시에 쓰는 소비자라면 구독 자체를 묶는 방법도 있다. 하나카드는 'AI스마트팩'을 통해 챗GPT·구글 제미나이·클로드·그록 등을 기반으로 한 30가지 AI 서비스를 하나의 계정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월 9900원과 1만9800원 두 가지 요금제로 구성돼 있어 여러 AI를 각각 결제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현재 구독료와 비교해볼 수 있다.
AI뿐 아니라 OTT나 쇼핑 멤버십이 지출의 대부분이라면 혜택의 범위를 넓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카드 '카드의정석2 DAILY'는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티빙·디즈니플러스·T우주패스 등 정기결제에 월 최대 5000원 한도에서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카드의 '네이버 현대카드 Edition3'처럼 특정 쇼핑 플랫폼 이용이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한 상품도 있다.
가전제품을 구독하는 가구라면 또 계산법이 달라진다. 롯데카드 '삼성구독엔로카'는 삼성전자 'AI 구독클럽' 등의 구독료를 자동납부하면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월 최대 2만7000원을 할인해준다. 결국 '구독 할인카드'라고 해도 AI를 많이 쓰는지, OTT가 많은지, 쇼핑이나 가전 구독 비중이 큰지에 따라 유리한 상품이 달라지는 셈이다.
다만 구독료를 아끼겠다고 무조건 새 카드를 만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월 1만원을 할인받기 위해 평소보다 수십만원을 더 써 전월실적을 맞춘다면 오히려 지출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연회비를 제외하고도 실제 절감액이 남는지, 현재 이용 중인 구독 서비스가 할인 대상인지, 월 할인한도는 얼마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결제 방식도 의외의 복병이다. 같은 챗GPT 구독이라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했을 때만 혜택을 주거나 앱스토어·간편결제를 거치면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이 있다. 해외에서 달러로 결제되는 AI 서비스라면 해외 이용 수수료와 환율에 따라 실제 청구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AI 서비스 결제가 일부 이용자에 국한된 영역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실제 카드 이용 데이터에서 하나의 소비 항목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이용하는 AI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만큼 카드사들도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관련 혜택을 세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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