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전송 경로 가진 위성방송

재난으로 지상 설비 훼손되더라도 안정적

단 한 명의 고객 위해 장비 싣고 섬으로

“난시청 해소·방송 접근성 확대 위해 노력”

KT스카이라이프 직원이 지난 1일 전북 위도의 한 가입자 가정에서 위성 안테나를 교체하고 있다. 위도=이혜선기자
KT스카이라이프 직원이 지난 1일 전북 위도의 한 가입자 가정에서 위성 안테나를 교체하고 있다. 위도=이혜선기자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자 수평선 너머로 고슴도치를 닮은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도다.

위도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TV가 잘 안 나왔다. 섬 가운데 산이 솟아 있는데, 이 산이 전파를 가로막아 지상파 방송은 물론 라디오 신호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산 위에 대형 안테나를 설치하고 아랫마을까지 케이블을 길게 연결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안테나 방향이 틀어져 TV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주민들은 산에 올라가 안테나를 움직여가며 전파가 잡히는 방향을 맞춰야 했다.

이들의 삶이 달라진 건 위성방송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접시형 안테나 하나로 TV를 볼 수 있다는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실제로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방송이 나오자 한집 두집 안테나를 달기 시작했고, 지금은 770세대 중 대부분이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이용한다.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서비스 사업자다.

위도는 주민들의 평균 나이가 75세에 달한다. TV는 이들에게 정보와 여가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재난 상황에선 TV가 더욱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은 송출탑, 케이블TV와 IPTV는 유선망, 이동통신은 기지국 등 지상 인프라에 의존한다. 그러나 위성방송은 독립적인 전송 경로를 갖추고 있어 지진이나 수해, 화재 등으로 지상 설비가 훼손되더라도 안정적인 방송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위도에 정착한 지 20여년쯤 됐다는 이진홍(75) 씨는 “남쪽 마을은 그래도 TV나 라디오 신호가 좀 잡혔었는데 이쪽 마을은 TV도 라디오도 안 돼서 커다란 안테나를 설치해 케이블을 끌어다 봤던 건데 상태가 안 좋아서 고장이 많이 났었다”며 “이제는 뉴스나 스포츠 등 취향별로 원하는 채널을 골라서 보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그게 안 나오면 정말 큰일 날 정도”라고 전했다.

마을 이장 강대식(71) 씨 역시 “이 마을에서 위성방송은 기본”이라며 “KT스카이라이프가 없었으면 살 맛이 안 났을 것”이라고 했다.

도서·산간 지역에서 안정적인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수고가 따른다. 가입자가 밀집한 도시에서야 한 번 방문으로 여러 고객을 찾을 수 있지만, 섬 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 배편과 기상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장비를 챙겨 직접 섬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도처럼 큰 섬은 차에 장비를 실어 다니지만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섬에 들어갈 때는 15~20㎏이 넘는 연장 가방에 기본 수신기, 안테나 등 필요한 장비를 챙겨 자전거나 수레로 옮기기도 한다. 배를 타고 두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고, 기상이 나쁘면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며칠 동안 발이 묶이는 일도 다반사다.

20여년 넘게 설치 기사 일을 하고 있는 이순만 지원정보통신(KT스카이라이프 대리점) 부장은 “전북에 14개 정도 섬이 있는데 2개 정도는 그나마 큰 섬이지만, 나머지 섬들은 작아 일반 차량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며 “그런 곳은 장비를 자전거나 수레에 싣고 골목골목 다니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풍에 그대로 노출되는 방송 설비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바닷가에서는 염분 때문에 안테나 부식이 빨라 도시 지역보다 자주 장비를 교체해줘야 한다. 태풍이나 폭우가 지나간 뒤에는 접시형 안테나가 흔들리거나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날 안테나 교체에는 20여분이 소요됐다. 기존 안테나를 떼어내고 새 안테나를 설치한 뒤 계측기를 이용해 위성 신호를 확인하자 ‘삐’ 소리가 끊기지 않고 들렸다. 조금만 방향을 돌리더라도 신호가 끊기거나 약해질 수 있어 세밀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기사는 신호가 가장 잘 잡히는 지점을 찾아 안테나를 고정한 뒤, 다시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조였다.

이 회사 박철희 전무는 “미세하게 조금만 틀어져도 신호가 달라진다”며 “얼마나 틀어지지 않게 고정하느냐가 현장 기사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전체 TV 가입자는 약 268만명으로, 이 가운데 위도와 같은 도서·산간 지역 가입자는 약 11만명으로 전체의 4%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위도 같은 도서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도시와 같은 품질의 방송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성방송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위성의 광역성을 바탕으로 방송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난시청 해소와 방송 접근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도/글·사진=이혜선 기자 hslee@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