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 윔프 가능성 신호 포착

세계 최대 규모 탐색 실험서 포착...새 입자 발견 조건엔 못 미쳐

추가 검증과 관측 통계적 정확도 높여 분석할 계획

암흑물질 유력 후보인 ‘윔프’ 신호를 포착한 ‘LUX-ZEPLIN 주검출기’ 모습. IBS 제공.
암흑물질 유력 후보인 ‘윔프’ 신호를 포착한 ‘LUX-ZEPLIN 주검출기’ 모습.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물질 중 하나인 ‘윔프’의 흔적을 포착했다.

포착된 신호를 분석한 결과, 실제 윔프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금과 다른 특이한 신호 존재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추가 검증과 분석을 통해 세계 최초 암흑물질 발견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장 연구팀이 참여한 럭스-제플린(LUX-ZEPLIN·LZ) 국제 공동연구팀은 윔프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입자 상호작용을 관측했다고 1일 밝혔다.

관측 신호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샌퍼드 지하연구시설(SURF)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규모 암흑물질 탐색 실험에서 포착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아직 직접 관측된 적이 없다. 인류는 약 100년 동안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를 뜻하는 윔프는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전자나 양성자보다 훨씬 무겁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이 어렵다.

다만 아주 드물게 물질 속 원자핵과 충돌해 생긴 극히 미약한 섬광(빛)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해 초정밀 검출기로 포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 깊은 곳에서 우주선 등 배경 잡음을 최소화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LZ 공동연구팀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샌퍼드 지하연구시설의 지하 약 1.5㎞에 LZ 검출기를 설치하고, 약 10톤의 초고순도 액체 제논(Xe)에 입자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빛과 전기 신호를 초고감도 광센서인 광전자증배관(PMT)으로 포착했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220일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암흑물질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에서 하나의 입자 상호작용을 포착했다.

수개월간 자연방사선이나 중성자, 검출기 잡음 등 여러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토했지만, 포착된 신호의 정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초고감도 센서인 광전자증배관 모습. IBS 제공.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초고감도 센서인 광전자증배관 모습. IBS 제공.

만약 이 신호가 실제 암흑물질에 의해 발생했다면 신호를 만든 윔프의 질량은 양성자보다 200배 이상 무거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가정했다.

이는 윔프가 단순 충돌이 아닌 원자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포착된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은 2.6시그마로, 자연방사선이나 중성자, 검출기 잡음 등 기존에 알려진 배경 잡음만으로 이런 신호가 우연히 발생했을 확률은 약 0.5%에 불과하다.

다만 물리학계에서 새로운 입자 발견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포착된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이 5시그마가 돼야 한다.

이번 관측 결과로 암흑물질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귀한 원인이나 통계적 우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신호의 진위를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논문 제1저자인 샘 에릭슨 영국 브리스톨대 선임연구원은 “검출기 특성과 암흑물질로 오인될 수 있는 신호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특이 신호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영덕 IBS 단장은 “IBS는 아시아 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연구에 참여한 데 이어 차세대 실험인 제논-LZ-다윈(XLZD) 통합 프로젝트에도 함께 하고 있다”며 “WIMP 관측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액체 제논 검출기 실험에서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글라스 레오나르드 IBS 연구위원은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나타난 것”이라며 “어느 쪽으로 판명나든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견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일 일본에서 열린 ‘2026 TeV 입자천체물리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논문은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됐고,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투고됐다.

암흑물질 유력 후보를 탐색하기 위한 ‘LZ검출기 작동원리’ 개념도. IBS 제공.
암흑물질 유력 후보를 탐색하기 위한 ‘LZ검출기 작동원리’ 개념도. IBS 제공.
이준기 기자(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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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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