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실채권 18.9조 ‘8년만 최고’… 고금리·내수침체 직격탄
2Q 신규부실 7.2조 중 中企가 4.5조… 서민경제 ‘약한 고리’ 흔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2.9%로 뚝… 금감원, “선제적 관리 필수”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 차주’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급격히 번지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26년 6월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17조7000억원) 대비 1조2000억원 불어난 수치로 2018년 6월(19조4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부실채권비율 역시 0.63%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분기말(0.60%)과 전년 동기(0.59%) 대비 각각 0.03%포인트(p), 0.04%p 오른 수치다.
건전성 악화를 주도한 것은 중소기업이다. 2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 7조2000억원 중 기업 여신 부실이 5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 부실(1조2000억원)은 전분기 대비 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 부실은 무려 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한 분기 만에 1조2000억원이나 폭증했다.
부문별 부실비율에서도 경기침체의 그늘이 여실히 드러났다. 중소법인 부실비율은 1.08%로 1%대를 돌파했다.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여신 역시 0.67%로 오름세를 보였다. 가계 여신 부실비율(0.33%)의 경우 주택담보대출(0.22%)은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기타신용대출(0.67%)과 신용카드채권(1.88%) 부실비율이 일제히 상승하며 서민 가계의 팍팍한 자금 사정을 대변했다.
은행들이 2분기 중 6조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하며 적극적인 정리에 나섰지만 새롭게 터지는 부실(7조2000억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특히 부실채권이 쌓이는 속도에 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뒷걸음질쳤다. 대손충당금 잔액(26조9000억원) 자체는 전분기 대비 2000억원 늘었지만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2.9%로 전분기(150.4%)보다 7.5%p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2.6%p 급락한 수치다.
금융당국은 아직 은행권 전체의 건전성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평균치나 은행권의 수익성·자본력을 감안하면 양호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부실채권비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정세 장기화와 국내외 금리상승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선제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며 “향후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은행권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 및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강력히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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