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0조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털썩’… 하반기 피크아웃 우려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였음에도 증권주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2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지만, 증시 거래대금 급감과 기준금리 3%대 진입, 세제 개편이라는 '3중고'에 가로막혀 하반기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현실화된 탓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주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하반기 들어(7월 1일~8월 31일) 14.79% 하락했다. 상반기 증시 랠리와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42.73% 급등했던 상승분을 반납했다.
특히 8월 한 달간 KRX 증권지수는 4.14% 떨어지며 반도체 대형주 지수(삼성전자 -2.56%, SK하이닉스 -0.95%)와 함께 전체 업종 지수 중 사실상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 흐름은 상반기 호실적과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0조26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834억원) 대비 129.06% 급증했다.
이들 회사가 지난해 1년 동안 거둔 전체 순이익(9조102억원)을 단 반기 만에 1조원 이상 웃돌았다.
개별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2분기에만 1조905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시중 금융지주사를 위협했고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일제히 괄목할 성과를 냈다.
그러나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종목별 주가는 줄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8월 들어 삼성증권 주가는 8.76% 급락했으며, NH투자증권(-3.44%)과 한국금융지주(-2.84%) 등 주요 상장 증권사 주가도 동반 조정을 겪었다.
증권주를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지수조정에 따른 '거래대금 절벽'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1만피 돌파 기대감을 키웠으나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6000선 박스권에 갇혔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20% 이상 급감했고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공여 잔고 등 증시 주변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상반기 실적을 견인했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와 자산관리(WM) 부문의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진 이유다.
약 1년 9개월 만에 부활한 '기준금리 3% 시대'도 증권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재가동되면서 조달비용 상승은 물론, 증시 대기자금이 은행 예·적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본격 적용된 교육세율 인상(0.5→1.0%) 정책도 하반기 실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상반기에는 역대급 호실적에 가려져 있었으나, 하반기 들어 거래대금 감소로 영업수익이 급감하는 국면에서 2배로 뛴 세금 부담이 고스란히 노출돼 실질 당기순이익 감소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증권업종의 눈높이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LS증권은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미래에셋증권의 목표 주가를 6만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했고, 삼성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하반기 순이익이 상반기 대비 약 50%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 주가를 32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렸다.
대신증권 역시 증권주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삼성증권의 목표 주가를 14만8000원에서 11만3000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실질 유동성 둔화는 증권업황에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으로 작용한다"라며 "하반기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수수료 이익 감소를 기타운용이익과 기업금융(IB)수익이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증권주는 지수 하락과 더불어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이는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상승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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