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점가 경매 내세웠지만 실제론 ‘유동 최저낙찰가’
광고주 80% 최고 입찰가 지불, FTC 이는 “기만적”
이에 “경매구조 오해…가격만으로 낙찰 결정 안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광고 경매 과정에서 낙찰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부당한 광고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소를 당했다.
FTC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뉴욕·워싱턴주 등 22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아마존을 소비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쇼핑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의 입찰 과정에서 이른바 ‘바람잡이 입찰’(shill bid)을 활용해 광고주가 부담해야 할 낙찰가를 부풀렸다는 것이 FTC의 주장이다.
논란의 핵심은 아마존이 광고 경매에 적용한다고 대외적으로 설명해온 ‘차점 가격 경매제’(GSP)다. 이 방식에서는 광고주가 제시한 최고 입찰가가 아니라 차점 입찰가보다 1센트 높은 금액을 낙찰가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FTC 조사 결과 아마존은 2019년부터 사전에 알리지 않은 ‘유동 최저낙찰가’(Soft Reserve Price)라는 장치를 내부적으로 적용해 낙찰가를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광고주가 실제로는 차점 입찰가가 아닌 자신이 제시한 최고 입찰가를 지불한 사례가 전체의 약 80%에 달했다는 게 FTC 설명이다.
FTC는 특히 아마존이 가상의 경쟁 입찰을 만들어 ‘가짜 2등 가격’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광고비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광고 담당 임원이 이 같은 ‘바람잡이 입찰’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 FTC는 2024년 아마존 고위 임원과 사내 수석 디지털 경제학자 사이의 회의에서 해당 방식이 논의됐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당시 이 방식은 최고 입찰가를 광고주에게 청구하는 ‘영리하지만 불투명한 방식’이자 매출 증대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됐다고 FTC는 밝혔다.
앤드루 퍼거슨 FTC 위원장은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가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행위를 했다면 그 영향은 엄청나다”며 “높아진 광고비 부담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은 즉각 반박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FTC가 자사의 광고 경매 방식과 광고주들의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자사의 광고 경매가 단순히 입찰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객의 검색어와 광고 상품의 연관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관성이 높은 광고를 우선 노출함으로써 광고주들이 오히려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마존은 또 “어떤 경우에도 광고주가 자신이 제시한 최고 입찰가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FTC의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광고 사업에서만 680억달러(약 9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막대한 광고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이번 소송은 단순한 광고 경매 방식의 적법성 논란을 넘어 아마존의 핵심 수익모델에 대한 규제당국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해에도 프라임 회원의 구독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눈속임 설계(다크패턴)’ 문제로 FTC에 25억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한 바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아마존 주가는 31일(현지시간) 2.50% 하락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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