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제주 실종 은폐 등 잇따른 경찰 부실 수사로 국민적 불신 팽배

정부·여당, 총리실 산하 기구 신설 등 ‘내부 통제·수사 공정성 강화’ 총력

‘검찰 해체’ 한 달 앞 두고 보완수사권 박탈… "외부 견제장치 소멸" 우려

미국·독일·일 등 검사 보완수사·수사지휘권 보장… 제도적 대비 강조

법조계 "경찰 내부 감찰만으론 한계… 실질적 외부 통제 수단 복원 시급"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검찰청 해체를 한 달 앞두고 경찰의 연속적인 부실·은폐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전면 폐지돼, 최소한의 외부 견제 장치마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장윤기 사건'과 '제주 여성 실종 은폐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급히 경찰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외부 견제 기구가 아닌 내부 감사 위주의 자구책에 그치는 데다, 출범을 한 달 앞두고 급조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과 제주 여성 실종 은폐 사건을 통해 경찰 부실 수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윤기 사건의 경우, 경찰이 피의자 측과 결탁해 부패 수사를 벌여 논란을 샀다. 사건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사팀이 피의자의 부친인 경찰 고위 간부와 함께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장윤기 사건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인근에서 장윤기 씨가 고교생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 1명이 숨지고 남고생 1명이 다친 사건이다. 장 씨의 아버지는 지역 경찰 고위 간부로, 수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으며 일부 증거를 은폐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경찰끼리 서로 뒤를 봐주는 이른바 '향찰(鄕察)'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문제는 이러한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이 제주 여성 실종 은폐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담당 경찰관은 30대 여성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해당 여성과 연락이 닿았다", "찾지 말아 달라고 한다"라는 거짓말을 유가족에게 전했다.

실제로는 실종자와 어떤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수사를 종결시킨 것이다. 해당 사건 외에도 추가 은폐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찰은 제주 여성 실종 은폐 사건 발생 이후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우선 사건을 허위로 종결짓도록 지휘한 라인 4명을 전원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상은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중수청·공소청 출범에 발맞춰 '경찰 범죄수사 대응체계 개혁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건 접수 및 배당 단계에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되는 수사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한다. 또한 사건 관계인이 담당 수사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청문감사관실에서 수용 여부를 심사한다.

수사 단계에서는 외부 법률가를 중심으로 한 '수사심사관'을 전국 경찰서에 배치해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을 상시 점검하고 보완하도록 한다.

수사심사관은 법률적 판단과 증거 수집의 적정성 등을 실시간으로 조언해 '사건 암장'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경찰위원회에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해, 경찰이 자체 종결한 불입건 결정이나 관리미제 사건 등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여권, 부랴부랴 경찰개혁… 수사 공정성 확보에 주력

정부와 여당은 경찰개혁을 통해 부실 수사 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 수사 체계의 보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으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내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체 입법안과 더불어 정부 의견을 추가 검토해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경찰개혁 기구' 신설을 지시하며 직접적인 대응에 나섰다. 당초 경찰 내부의 자체 쇄신을 강조하던 입장에서 나아가 본격적인 개혁에 칼을 빼든 것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틀 뒤인 27일, 경찰 외부 개혁 기구 신설을 골자로 한 세부 추진 방안을 예고했다.

관계 부처 역시 이 대통령의 지시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윤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재하고,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종 업무 체계 전반의 재검토를 주문했다. 회의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및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설치 등 수사의 공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부와 기조를 맞춰 경찰개혁 입법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 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를 '경찰 수사의 6대 폐단'으로 규정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부 감사 확대 △수사 제척 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의무 확대 △불법·부실 수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성인 실종 문제 전반을 다루는 별도의 입법안도 준비 중이다.

다만 김 대표는 제주 실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의 부작용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보완수사권 폐지 비판이 재점화하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2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엄연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윤기 사건 논란으로 부각된 △향찰 차단 등 피해자 보호 강화 △수사 인력 보강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 등은 이미 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이후 '7대 범죄 전건 송치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수사 지연과 부실 방지를 위해 피해자의 이의신청권과 사건기록 열람권을 고발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해식·김남희 의원은 경찰개혁추진단 공동위원장을 맡아 피해자 관점의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두 의원은 28일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제주경찰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해외 선진국엔 없는 수사권 박탈… 야당·법조계 "검찰 등 외부 견제 필수"

국민의힘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의 연속된 부실 수사 정황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면 수사 기관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외부 통제 장치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제주 실종 사건 현장을 찾아 살핀 뒤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해체와 보완수사권 박탈이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은 이런 경찰을 단 한 달 만에 '개혁'하라고 지시하면서도, 보완수사권을 되살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야당의 원상복구 요구에도 정부와 여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30일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을 주도했던 국회 법사위 소속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기조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검찰에 최소한의 보완수사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가 있으나, 검사가 기소 여부 결정이나 공소 유지를 위해 직접 추가 수사를 벌이거나 수사관에게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역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은 제한하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추가 조사나 보완수사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형사소송법으로 명확히 보장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검찰에 훨씬 강력한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과 직접 보완수사권을 모두 보유하며, 프랑스 역시 검사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을 지휘·통제하고 필요시 직접 수사 및 보완조사를 실시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해되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마저 박탈되면 경찰을 통제할 기구가 사실상 전무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중수청·공소청의 직접수사 권한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내부 조직을 통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장윤기 사건이나 제주 실종 사건 같은 부실 수사를 막을 수 없는 구조적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되살리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며 "경찰 내부 통제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넌센스다. 내부 통제 장치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할 외부 통제 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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