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

에너지법 개정안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는 우리에게 ‘에너지’가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에너지 복지 시스템은 이러한 기후재난의 가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폭염과 한파가 닥쳐도 엄청난 요금 고지서가 두려워 선풍기 한 대도, 전기장판도 마음 놓고 켜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특히 농산어촌의 노후 주택이나 도시의 고시원, 쪽방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단열이 되지 않은 시골집에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연탄 한 장의 온기에 의지하는 농가들이 많다. 쪽방촌 주민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찌는 듯한 열기와 매서운 한파를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제도나 전기요금 복지할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건물에 개별 계량기가 없거나 요금이 월세에 일괄 합산되는 구조 탓에 바우처를 손에 쥐고도 이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비일비재하다. 기존의 요금 감면이나 선별적 지원 방식으로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생존 위협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모든 국민의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을 확립하고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 절실하다. 이것이 ‘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첫째, ‘에너지빈곤’과 ‘에너지복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신설이다. 가구의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주거 여건, 에너지 가격, 주택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수적인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를 에너지빈곤으로 규정하고, 이를 예방·해소하기 위한 통합적인 지원의 틀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최소에너지 공급 기준’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것이다. 계절별 적정 냉난방을 비롯해 생명 유지용 의료기기 가동 전력, 조리와 온수 사용 등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기준 마련 의무를 법제화했다. 아울러 3년마다 이 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표하도록 하여 정책의 실효성도 확보했다.

세 번째는 구조적 사각지대의 맞춤형 해소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것이다. 고시원이나 쪽방 거주자에 대한 별도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단열이나 냉난방기 교체 등 주거 환경 개선에 협력하는 임대인에게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주거 환경 개선을 빌미로 부당하게 월세를 올리거나 임대 기간을 단축하는 행위를 막는 임차인 보호 장치를 두어, 에너지복지 지원이 세입자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에너지기본권 입법은 사회적 약자가 기후재난의 충격을 온몸으로 떠안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다시 짜는 일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한 요금 지원을 넘어, 국민 누구나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보루여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의 일상을 묵묵히 지키는 데 그 본령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추고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된 책무이다. 앞으로도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민 모두가 보편적 에너지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다.

한편 이번 법안은 본 의원이 대표발의 했고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준형·신장식·강경숙·김선민·박은정·이해민·차규근·정춘생·백선희·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