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국가·기업 공동책임 배상 체계 시행
배상지원단 3과·17명 구성… 배상기준 연구용역 진행
위자료 등 세부 기준은 배상심의위서 결정
김성환 장관, 피해자 만나 "조속한 손해배상 착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 15년 만에 국가가 배상책임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새 제도가 오는 10월 시행된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피해구제 체계의 큰 변화지만, 정작 피해자별 배상액을 가를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법 시행까지 한 달여를 남겨둔 가운데 실제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법은 10월 8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피해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시행령 개정 내용과 배상체계 전환 준비 일정을 공유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참석해 피해자들의 질의와 요구사항을 들었다.
새 제도의 핵심은 기존 피해구제 중심 체계를 국가와 기업이 책임을 나누는 배상체계로 바꾸는 데 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통해 배상체계 전환 방침을 내놓았다. 이를 반영한 개정 법이 10월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행령 전부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부터 7월 1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다. 이를 통해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개정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시행령에는 손해배상금 결정기준과 항목, 계속치료비 신청 절차, 심의위원회 운영방식, 사업자 분담금 산정식 등이 담길 예정이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실제로 받을 배상액을 좌우하는 세부 기준이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위자료 금액 등 시행령에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는 세부사항은 향후 배상심의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정부는 배상 기준과 배상액 산정 예시 형태로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과 기후부는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배상지원체계 마련' 연구용역에도 착수했다.
실제 배상 업무를 담당할 조직도 준비되고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소속으로 3개 과, 정원 17명 규모의 배상지원단을 구성하고 예비비를 편성해 초기 배상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법 시행 이후 배상심의위원회가 배상기준을 심의·의결하면 구제자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한 배상 재원을 추계한 뒤 기업분담금을 부과·징수한다. 정부출연금은 2027년도 예산편성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올해 12월 국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배상체계가 법적으로 출범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얼마를, 언제 받을 수 있는지'가 실제 제도에 대한 평가를 가를 수밖에 없다. 배상심의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의 기준과 위자료 수준, 피해 유형별 배상액 산정 방식, 심의에 걸리는 기간 등이 향후 제도 운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피해 규모도 여전히 크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청한 사람은 8094명이며 이 가운데 6037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판매됐으며,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제품 사용과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다.
피해자 측에서는 배상체계 전환과 별개로 남아 있는 진상규명 과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국가가 배상 주체로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인정 범위와 배상 수준, 책임 규명 문제까지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10월 새 체계의 출범은 피해구제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 국가 책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는 크지만 구체적인 배상 기준과 재원, 심의 속도까지 뒷받침돼야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그동안 아픔과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가습기살균제 배상체계 전환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으며 조속한 손해배상 착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우람 기자 kw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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