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코빗, 잇달아 전종목 거래 수수료 무료

얇은 호가창엔 스프레드·슬리피지… 출금비용도 따져야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 수수료를 없애며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매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거래량이 적고 호가가 얇은 종목에서는 수수료 절감분보다 가격 차이로 인한 체결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거래 규모가 클수록 호가 깊이와 스프레드, 출금 수수료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은 지난 26일부터 전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0%로 전환했다. 웹과 애플리케이션에서 바우처를 발급받으면 30일 동안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으며, 별도의 횟수 제한 없이 재발급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21일부터는 개인용 오픈API를 통한 거래 수수료도 무료화했다.

코빗 역시 지난 24일부터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전종목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받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 편입 후 디지털엑스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에 나선 가운데 고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첫 정책으로 장기간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거래소들이 잇달아 '수수료 0원'을 내세우면서 투자자가 부담하는 거래비용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수수료율만으로 거래소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호가 스프레드와 슬리피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유동성이다. 매수·매도 주문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은 종목은 최우선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다. 거래 수수료가 없더라도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고 싼 가격에 팔게 되면 수수료 절감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한 번에 거래하는 금액이 커질수록 '슬리피지(Slippage)'에 유의해야 한다. 원하는 가격대의 주문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문이 여러 호가에 걸쳐 체결되면서 투자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실제 평균 체결 가격이 불리해질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거래가 활발한 종목보다 거래량이 적은 알트코인에서 이 같은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2000만원어치 가상자산을 매수할 때 거래 수수료율이 0.05%라면 수수료는 1만원이다. 수수료 무료 거래소를 이용하면 해당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호가 물량이 부족해 평균 체결 가격이 시세보다 0.1%만 높아져도 약 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수수료 1만원을 아끼려다 체결 과정에서 그보다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옮기는 투자자라면 출금 수수료도 따져봐야 한다. 거래 수수료가 무료더라도 다른 거래소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이동하거나 매매 후 외부로 출금할 때는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코빗도 최근 일부 가상자산의 출금 수수료를 조정했다. 자산과 이용 네트워크마다 출금 비용이 다른 만큼 거래소 이동이 잦은 투자자라면 매매 수수료와 함께 전체 비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무료수수료 정책의 실질적인 혜택은 투자자가 거래하는 종목과 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거래량이 충분하고 스프레드가 좁은 종목에서는 수수료 절감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지만, 유동성이 얕은 종목에서는 무료수수료보다 체결 가격이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가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거래소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이 주로 거래하는 코인의 거래량과 호가창 물량이 충분한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거래 규모가 크다면 원하는 가격에서 어느 정도 물량까지 체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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