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대기자
최근 민간 위성정보 분석 업체 '딥다이브'에 따르면 필리핀이 실효지배 중인 서필리핀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40km 떨어진 미제프 암초 부근에 200여 척이 넘는 중국 선박들이 무리지어 집결해 있는 것이 포착됐다. 어선으로 위장했지만 서로 밧줄로 결박돼 있고 어로 정황이 없었다. 중국이 동지나해나 남지나해에서 어선을 통한 암초나 무인도 접근 및 점유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필리핀은 경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인근 국가가 항의할 경우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해상 민병대'라고 발뺌한다.
중국은 최남단 하이난섬에서 남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앞까지, 남지나해의 90%에 해당하는 U자형 해역에 소위 '구단선'을 설정하고 '역사적 권리'를 주장해왔다.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근거 없다고 판결했으나 요지부동이다. 상식을 가진 이라면 구단선이 얼마나 황당한지 금세 알 수 있다. 영토와 무역통상에서 중국의 탈규범적 행태는 21세기 인류에 가장 위협적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가 내년 말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제스처로 보이지만 최근 성장세는 놀라운 게 사실이다. 앞서 중국 D램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도 미미했던 시장 점유율을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현재 7~8%로 끌어올리며 D램 시장 4위로 부상했다. 현 기술 수준은 '삼전닉스'에 2~3세대 뒤떨어져 있지만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기엔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기술 탈취, 막대한 정부 보조금, 해외 기업 차별이라는 '불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2차대전 후 선진국으로 진입한 서유럽 및 일본 한국 대만 등도 해외 선진 기술에 의존한 바 크다. 그러나 이는 계약, 연수, 투자 또는 자유민주진영의 시혜적 기술 이전 등으로 이뤄졌다. 중국 방식과는 성격이 달랐다.
배터리는 또 어떤가. 중국은 자국 배터리 기업을 키우기 위해 해외 기업에겐 보조금 배제 등 온갖 명분으로 불이익을 준 결과, 오늘날 세계 배터리 시장의 70%를 장악하게 됐다. 정말 치졸한 행위는 한국기업들이 독보적 기술을 가진 삼원계(NCM) 배터리를 과학적 검증 절차도 없이 "화재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버스 탑재를 원천 봉쇄했다는 점이다.
배터리에서 시작된 중국의 공세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 중국산 전기차의 세계 시장 범람으로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전망'(Global EV Outlook)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판매점유율 약 60%, 셀 생산 점유율 80% 이상, 생산비중 약 75%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이면에도 중국의 불공정, 패권적 해외 공세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대다수가 원가 이하 역마진으로 수출되고 있다. 심지어 공장 출하와 동시에 중고차로 변신시켜 덤핑 공세를 피해가는 수법까지 쓰고 있다.
통상 규범을 무너뜨리고 세계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중국의 19세기적 중상주의는 사실 미국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자유화'라는 장밋빛 희망 아래 2001년 중국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문호를 열어줬다.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개방, 비관세 절벽 철폐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이뤄진 성급한 결정이었다. 뒤에는 중국의 저가 상품에 맛 들린 미국의 산업 및 월가 자본의 입김이 있었다.
오늘날 중국이란 '크라켄'(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의 출현 배경에는 미국 정치인들의 오판, 탐욕스런 월가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사회주의 글로벌 사우스 독재정권이 중국의 인민(국민) 통제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이제 중국은 인공지능(AI)이라는 신무기를 들고 수년 전 좌절됐던 세계 패권 야욕을 다시 키우고 있다. 반면 미국의 대중 봉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외래종 황소개구리는 무차별 포식성으로 인해 한때 우리나라 생태계를 파괴했다. 현재는 개체 수가 대폭 감소하고 먹이사슬에 안정적으로 편입됐다고 한다. 중국이란 황소 개구리를 세계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세계인의 숙제가 되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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