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중국 연계 의심 가짜계정 20만개 적발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료 올린다” 선동

美 전문가들 “공작 맞지만 영향력은 미미”

텍사스 주지사 “中과 무관…지역민 우려”

X가 공개한 데이터센터 반대 조장 中 가짜계정. X 공식계정 캡처. 연합뉴스
X가 공개한 데이터센터 반대 조장 中 가짜계정. X 공식계정 캡처.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여론공작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개입 시도 자체는 상당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실제로 미국 사회의 여론이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서는 전문가와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내 여론 조작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 계정 약 20만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200개 계정은 미국의 AI 및 에너지 정책을 겨냥한 조직적인 공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X는 분석했다.

문제의 계정들은 AI 데이터센터가 가정의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일반 시민의 희생을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취지의 AI 생성 만화를 게시하며 반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X는 이 같은 계정들을 폐쇄한 것은 플랫폼을 이용한 인위적인 여론 조작을 차단하고 이용자들이 보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연계 세력이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겨냥했다는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픈AI는 지난 6월 공개한 위협 보고서에서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판단되는 챗GPT 계정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게시물과 만화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등 여론 선동에 활용된 정황을 공개했다.

중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 사회의 민감한 현안을 파고들어 여론을 흔들려 했다는 점에서는 X와 오픈AI의 분석이 맞물리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소비와 전기요금, 물 사용량, 환경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외부 세력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기 좋은 재료다.

다만 중국의 개입 시도가 곧바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대런 린빌 미국 클렘슨대 미디어포렌식허브 공동디렉터는 X가 공개한 자료와 화면 갈무리 등에 등장한 해시태그 등을 추적한 결과, 확인된 계정 가운데 최소 59개는 팔로워나 구독자가 사실상 없고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 연계 계정으로 의심되는 활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린빌 디렉터는 중국이 미국 여론을 조작하려 한 시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현재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을 거대한 유조선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의 SNS 공작이 “나룻배로 유조선을 움직이려는 것”과 같다며, 이미 형성된 데이터센터 논쟁의 흐름을 중국의 선전 활동만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새뮤얼 울리 피츠버그대 허위정보연구 석좌교수 역시 관련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오픈AI와 X에서 관련 분석이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중국 배후설에 거리를 두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터센터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다.

애벗 주지사는 최근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책 기조를 일부 선회한 것과 관련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정책 변화가 중국의 주장이나 소셜미디어 선전 때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직접 들은 주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이 전력망 부담과 전기요금 상승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자신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란은 중국의 이른바 ‘하이브리드 여론공작’이 미국 사회의 새로운 갈등 현안까지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가짜계정과 생성형 AI를 이용해 특정 주장을 확산시키는 방식은 이미 선거와 국제정세, 무역 갈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찰돼 왔다.

그러나 외부 세력이 특정 이슈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과 그 세력이 실제 여론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반발에는 전력망 투자와 전기요금, 환경 및 지역사회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중국의 SNS 공작 정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국 사회 내부에서 이미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논쟁 자체를 중국 공작의 소행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과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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