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캔버스가 그린 일러스트.
미리캔버스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반도체 쏠림이 끝나고 드디어 바이오 순환매 차례가 온 줄 알았습니다. 바닥 찍었다 싶어 뛰어들었는데 돌아온 건 2연속 금리 인상과 반대매매 공포뿐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제약·바이오 종목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연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을 바탕으로 단행된 통화정책이었지만, '낙폭과대 바이오 순환매'를 노리고 빚까지 내어 뛰어들었던 개미들의 계좌에는 또 한 번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올해 K-바이오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말(1월 2일~7월 31일)까지 'KRX 헬스케어' 지수는 무려 27.54% 폭락(4865.56→3525.68)하며 KRX 전체 테마·업종 지수 중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만 수급이 쏠리며 소외된 데다, 5월(-9.86%), 6월(-14.76%), 7월(-29.62%) 3개월 연속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는 동안 시총 상위 바이오 대장주들이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인 탓이다.

그랬던 시장에 8월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반도체 독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와 함께 소외 업종으로 수급이 퍼져나가는 '순환매 장세'가 연출됐다. 실제로 8월 한 달간 코스닥 지수가 16% 넘게 반등하는 사이 KRX 헬스케어 지수 역시 13.80%(3525.68→4012.22) 상승하며 기지개를 켰다.

7개월간 물려 있던 개미들은 "반도체 다음은 바이오 차례"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순환매의 달콤한 꿈은 2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제약·바이오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신약 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평가받다 보니, 금리가 오르면 기업가치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임상 비용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산업 특성상 자금 조달 비용 증가는 업종 전반의 주가를 짓누르는 직격탄이 된다.

문제는 코스닥 내 업종 간 '실적 양극화'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62.4% 급증하고 흑자 기업이 늘어났지만, 이는 반도체 소부장을 비롯한 일부 실적주들의 독주였을 뿐 대다수 바이오텍들은 여전히 뚜렷한 숫자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코스닥이 이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이미 돈을 잘 버는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스닥 시장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금리보다 '실적'인 만큼, 부실 한계기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철저한 종목 선별 작업이 필수적이다.

향후 코스닥 시장에 우량기업을 별도로 관리하는 승강제까지 도입될 경우, 실적 모멘텀이 독보적인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 간의 수급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순환매 기대감만으로 바이오에 뛰어드는 것은 금리 인상기에 가장 위험한 베팅이다. 지금처럼 긴축의 파도가 칠 때는 막연한 성장 기대감보다 당장 눈앞에 찍히는 실적과 현금흐름을 확인하는 냉정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숫자로 기초체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성장주는 반등 국면에서도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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