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출력 680마력에도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감
원페달 강도부터 주행모드까지 취향대로
3열 전동폴딩에 적재시 차고 조절까지
볼보자동차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90'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체 길이만 5m가 넘고 무게는 2.7톤을 웃도는 거구가 조용히 앞으로 미끄러졌다. 전기차 특유의 날카로운 가속감 보다는 묵직한 차체를 여유 있게 끌고 가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시승차가 최고출력 680마력의 'EX90 AWD 울트라 트윈모터 퍼포먼스'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의외였다. 숫자만 보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몸이 시트에 파묻힐 것 같은 고성능 전기차지만, 실제 도로에서 만난 EX90은 운전자를 몰아붙이는 차보다는 탑승객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차였다.
최근 EX90을 타고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등을 달려봤다. 이날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680마력의 성능을 마음껏 끌어내보지는 못했다.
대신 출퇴근과 가족 나들이처럼 평소 차를 이용하는 환경에서는 EX90이 어떤 차인지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과 승차감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여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크지 않았다. 노면이 좋지 않은 구간에서도 차체가 요란하게 반응하기보다 충격을 한 차례 걸러낸 뒤 실내로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EX90 울트라 트림에는 듀얼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커다란 차체와 2.7톤이 넘는 무게를 감안하면 움직임이 둔하거나 출렁일 법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체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묵직하게 도로를 누르고 달리는 느낌이 강했다.
EX90은 전장 5040㎜, 전폭 1965㎜, 전고 1740㎜에 휠베이스 2985㎜의 대형 SUV다. 시승한 트윈모터 퍼포먼스 모델은 106㎾h 용량의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680마력, 최대토크는 81.1㎏·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2초다.
주행 성격은 운전자가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다. 주행 모드를 스탠다드와 퍼포먼스 등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일상적인 도로에서는 스탠다드만으로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 크기와 무게의 차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속도를 붙여 나가는 모습에서 680마력의 여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퍼포먼스 모드로 바꾸면 차의 반응은 한층 적극적으로 변한다. 다만 EX90의 매력은 무작정 빠르게 달리는 데 있다기보다 필요할 때 언제든 힘을 꺼내 쓸 수 있다는 데 가까워 보였다.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플래그십 SUV라는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설정이 EX90과 잘 어울렸다.
원페달 드라이브도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기능을 아예 끄거나 감속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자동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정을 하나씩 바꿔가며 달려 보니 차의 느낌도 제법 달라졌다. 회생제동을 강하게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속도가 빠르게 줄어 도심 정체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를 줄일 수 있었다.
반대로 원페달 드라이브를 끄면 익숙한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다.
특히 크립 주행 기능을 켜놓으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을 때 차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전기차의 강한 회생제동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이쪽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기차 운전 방식에 운전자가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익숙한 방식에 차를 맞출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실내에서는 볼보 특유의 간결함이 이어진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세로형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고 운전자 앞에는 9인치 디스플레이가 놓였다. 물리버튼을 최소화해 처음에는 일부 기능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화면의 반응은 빨랐다.
무엇보다 EX90은 운전석보다 가족을 태웠을 때 장점이 더 많이 보일 차다. 5m가 넘는 차체를 활용해 3열까지 갖췄고 국내에서는 6인승과 7인승을 선택할 수 있다. 대형 SUV답게 2열 공간도 여유롭다.
3열을 사용할 일이 없다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트렁크 옆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자 3열 시트가 전동으로 접히면서 널찍한 적재공간이 만들어졌다. 다시 버튼을 누르면 시트가 올라온다. 커다란 시트를 직접 밀거나 당길 필요가 없어 생각보다 자주 손이 갈 기능이다.
짐을 싣는 순간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또 다른 역할을 한다. 트렁크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차량 뒤쪽 차고를 낮출 수 있다. 무거운 캐리어나 캠핑 장비를 트렁크 바닥 높이까지 번쩍 들어 올려야 하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작은 기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짐을 실어보면 대형 SUV에서 꽤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로서 기본기도 탄탄하다. 106㎾h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하고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대 350㎾ 급속충전을 지원해 조건이 맞으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48㎞다.
3열까지 가족을 태울 수 있는 대형 전기 SUV를 찾고 있고, 폭발적인 가속보단 정숙성과 편안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EX90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시승한 EX90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의 가격은 7인승 1억2120만원, 6인승 1억2320만원이다. 기본 모델은 1억620만원부터 시작한다.
글·사진=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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