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 산림청장
한여름의 숲은 짙은 녹음과 시원한 그늘로 우리에게 쉼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평온한 숲의 이면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 가파른 산비탈과 거친 숲길을 오르내리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숲을 지켜온 산림 근로자들이다. 이들의 손길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울창한 숲이 존재하고, 국민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휴식과 치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푸른 숲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든든한 생명의 기반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하지만 숲을 지키는 일이 그 숲을 가꾸는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산림정책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보장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폭염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늘어나면서 여름철 산림 현장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산림사업장은 경사가 급하고 작업 강도가 높다. 따라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구조와 이송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나무 그늘마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날에는 무리한 작업이 열탈진이나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활동이 왕성해진 진드기와 말벌도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산림 근로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첫째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작업환경과 단계별 안전조치를 갖추는 것이며, 둘째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 벌 쏘임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개인의 주의와 인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올해부터 기상청은 극단적인 고온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폭염특보가 발령된 때에도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작업을 과감히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기온이 비교적 낮은 오전을 활용하는 등 작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장에는 시원한 물과 염분을 공급하고, 햇빛을 피하고 바람을 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고 보냉장구와 응급조치 체계도 갖춰야 한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필요한 경우 119에 신고해야 한다. ‘조금만 더’라는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 벌 쏘임 사고도 예방이 최선이다. 밝은색 긴소매 옷과 긴 바지, 작업화와 토시를 착용하고 작업 전후에는 기피제 사용과 세탁·샤워 등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 작업 전에는 벌집 등 위험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어두운색 옷을 피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촘촘한 안전대책도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종이 위의 약속에 불과하다.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휴식을 줄이거나 몸의 이상 신호를 숨기는 순간 사고는 소리 없이 다가온다. 현장관리자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수칙 이행 여부를 수시로 살피고, 근로자도 이상 증상을 즉시 알려야 한다.
산림청은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와 휴식 기준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점검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위험요인을 인지한 경우 사용자는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근로자는 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등 작업중지 제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적극 이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히 들으며, 필요한 장비와 제도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숲을 가꾸는 일의 출발점이자 완성은 바로 그 숲을 가꾸는 사람의 안전이다. 모든 산림 근로자가 하루의 일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우리의 숲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안전한 일터가 푸르고 건강한 산림을 만드는 가장 튼튼한 뿌리이며, ‘숲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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