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조사취소 소송까지 제기했다. 쿠팡은 '가격 맞춤형 쿠폰'에 들어간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지난 19일부터 네 차례나 거부했다.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 17조를 조사 거부의 근거로 들었다. 현장조사를 하려면 7일 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기업의 거부로 현장조사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쿠팡 측은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고 집행 정지도 신청했다. 이에 27일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직권조사 결정 효력을 다음 달 23일까지 잠정 정지했다.

시점이 공교롭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쿠팡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제재가 한·미 통상 문제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쿠팡이 초유의 조사 거부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정치권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규제 당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지만 사업의 핵심 무대는 한국이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만큼 국내 기업과 똑같이 한국 법과 규제를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미국 정치권이 뒤를 받친다고 해서 한국 법의 적용까지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쿠팡이 과거에는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왔던 공정위 현장조사를 돌연 거부하고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 적용에 이견이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다투면 될 일이지 조사 자체를 막아서는 것은 규제 당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국 공권력을 얕잡아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시장에서 얻을 것은 얻으면서 불리하면 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에 숨으려 한다면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기업 규모가 아무리 크고 미국 정치권의 지원이 아무리 강해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이상 한국 법을 따라야 한다. 쿠팡은 미국의 두둔이 우리 법 위에 설 수 있는 '면허'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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