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자산을 압박 지렛대로… 궤도 이탈한 동맹 사전 협의망
미군 중동 차출에 쌍룡훈련 취소… 외교발표는 ‘동상이몽’
美 여야 "동맹국 벌주지 말라"… 北은 훈련 축소에도 미사일
대미 투자·미중회담 겹친 9월 유엔… 정상급 단일대오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유인책이자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사용하는 '거래적 청구서'를 내밀면서 한미동맹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양국의 사전 조율 원칙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소셜미디어(SNS) 지시에 밀려 파열음이 노출된 것이다. 상호방위조약 등 동맹의 골격이 당장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내달 열리는 유엔총회가 훼손된 협의 질서를 다잡고 대북정책의 공동선을 복원할 중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한미 간 난맥상의 본질은 단순한 동맹 파기가 아닌 '제도적 협의망 실종'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을지 자유의 방패(UFS)' 대폭 축소를 전격 지시했다. 그는 SNS를 통해 훈련비용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한국이 이란 전쟁에 불참한 데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함께 표출했다. 한반도 방위역량을 이란 전쟁 청구서와 엮어 거래표에 올린 셈이다.
구조적 안보 불안 요인도 겹쳤다. 9월 예정됐던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룡훈련'마저 이란 전쟁에 따른 미 해병대 가용전력 부족을 이유로 양국 협의를 거쳐 7월에 취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미군 전력의 중동 집중이 방위 공백 우려를 낳은 것이다. 이탈리아 유력지 라레푸블리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김정은에게 준 선물"이라고 평가했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 정부가 배제되고 중국이 파고들 공간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동맹의 지렛대를 선제적으로 내줬음에도 북한의 호응은 없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훈련 규모가 줄어도 적대적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일축했으며, 북한은 보란 듯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약 10발을 쐈다. 대북정책 단일대오의 표류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24일 조현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통화 직후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비핵화 언급 없이 "동맹 현안의 긴밀한 조율 필요성"만 짧게 발표했다. 미국의 공식 비핵화 정책이 폐기된 것은 아니나, 트럼프식 개인외교와 맞물리며 양국의 공개 메시지에 뚜렷한 온도차가 노출된 것이다.
결국 시선은 다음달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로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조현·루비오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아직 미확정이지만, 성사될 경우 동맹 복원을 위한 첫 분수령이 된다.
조 장관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사업 등에 대한 압박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만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월 중 발표를 전망한 에너지 중심의 대미 투자 1호 사업도 양국 관계를 풀 핵심 카드로 꼽힌다. 다만 산업부는 26일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9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4일 미국 방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유엔총회 파견 가능성 등 굵직한 일정들이 촘촘히 맞물려 있다. 한국 정부가 본격적인 미국과 중국, 북한과 미국의 접촉에 앞서 다자외교 무대에서 연합훈련 정상화, 비핵화 공동선, 대미 투자를 한 묶음으로 엮어 단일대오를 세우는 것이 이번 정상외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간 전략적 분리는 의도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전환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은 더 큰 부담을 지면서도 미국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이익이 한국의 충분한 영향력 없이 논의되는 과정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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