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광역시 사회서비스원장
임기의 끝자락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본다. 매일 출근하는 아침이 늘 설렜다. 사무실에서 만나는 직원들이 반가웠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현장에서 마주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일이 시민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렘만큼이나 마음 한편에는 늘 무거운 책임감이 자리했다. 원장으로서 내리는 선택과 판단이 시민의 삶과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결정할 때면 ‘이것이 정말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지난 4년은 그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은 현장이었다.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곳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폈다. 돌봄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및 장애인 시설 종사자를 위해 전국 최초로 장애인 특화돌봄 사업을 시작했고, 제도의 경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 청년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기부금을 활용해 국비와 시비로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기도 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먼저 걸어야 다음 사람이 조금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을 위한 돌봄만큼 중요하게 여긴 것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삶이었다. 좋은 사회서비스가 시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가 존중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대전시·대전시의회와 협력해 필요한 정책을 하나씩 마련해 나갔다.
필자가 현장과 종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데에는 시의원 시절 지역구에서 만났던 사회복지사들의 모습이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대상자의 안부를 살피고, 명절과 연휴를 앞둔 늦은 밤까지도 사회복지관의 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우리가 ‘사회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정책의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지난 4년 동안 가장 감사한 분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현장 종사자 여러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처럼 현장과 행정, 의회의 노력이 하나둘 쌓이면서 대전시사회서비스원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 시·도 사회서비스원 경영평가에서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최고 S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S라는 한 글자 안에는 시민의 곁을 지켜온 현장 종사자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한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하루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4년이 특별한 순간들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돌아보니 아주 평범해서 더 소중했던 일상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우리 원은 유독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많았다. 자식을 키운 엄마의 마음이어서인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늘 마음이 쓰였다. 쉬는 날이면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 깻잎을 따고, 월요일 아침에는 한 솥 가득 된장찌개를 끓여 출근하곤 했다. 멸치볶음과 깻잎·두릅 장아찌, 김치 같은 소박한 밑반찬을 곁들여 스무 명 남짓 둘러앉아 점심을 함께 먹었다. “원장님, 맛있어요”라며 한 그릇 더 받아가는 모습, 서로 반찬을 건네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 식구가 되어 따뜻한 밥 한 끼를 먹는 일상이 참 기억에 남는다.
나는 대전에서 나고 자란 시민이고, 두 자녀를 키운 엄마이며 이제는 손주의 성장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을 조금 먼저 살아보니 알겠더라. 진심은 언젠가 통하고, 노력은 언젠가 결실을 맺는다. 취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현장과 시민, 종사자만을 바라보며 걸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마음이 참 가볍다.
돌아보면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4년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사랑받은 시간이었다. 원장으로서의 4년은 이제 마침표를 향해 가지만 시민을 향한 나의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과 이웃이 있다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 손이 닿고, 내 발걸음이 닿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내가 내민 손 하나로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따뜻해지고, 단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지난 4년, 참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함께 걸어준 직원들과 현장 종사자들, 믿고 응원해준 시민들이 있었기에 행복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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