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사건 암장 등 경찰의 그릇된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찰 기강 해이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일선의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경찰의 '6대 폐단'을 지목하며 경찰 개혁을 공언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등을 '6대 폐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경찰 개혁을 예고했다. 경찰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 자리가 무려 20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청장 자리의 장기 공백은 단순한 인사 지연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직무대행에게 정식 청장과 같은 권위와 책임을 기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수장이 없으면 조직의 장기적인 개혁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고, 중요한 현안을 앞장서 밀어붙일 리더십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찰의 권한은 어느 때보다 막강해지고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주어진 데 이어 오는 10월이면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된다. 이렇게 경찰의 힘은 커지는데 정식 수장은 없는 비정상적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14만여 명의 거대 조직을 이끌 경찰청장을 20개월째 공석으로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리 그럴듯한 경찰 개혁안을 내놔도 이를 실행하고 책임질 리더십이 없다면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더구나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치안의 보루다. 따라서 확고한 지휘체계를 세우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언제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경찰을 끌고 갈 것인가. 경찰 개혁은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고 제도를 손질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경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이제 경찰청장 공백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능력과 신망을 갖춘 경찰청장을 하루빨리 임명해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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