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전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수장이 극비리에 만났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랫클리프 국장의 러시아 방문은 미 CBS 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먼저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도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공군 보잉 C-17A 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가 미 외교 차량들과 함께 모스크바의 브누코보 공항에 있는 모습이 언론에 목격됐다.
랫클리프 국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수송기는 지난 23일 미 워싱턴 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들른 뒤 모스크바로 향했다. 러시아 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께 착륙했으며, 오후 5시께 이륙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는 랫클리프 국장의 첫 러시아 방문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CIA와 러시아 크렘린궁은 모두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에 대한 확인 논평을 거부했다.
랫클리프 국장이 모스크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정보 수장을 만났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WSJ은 미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에서 공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수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랫클리프 국장의 전임자인 윌리엄 번스 전 국장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준비하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이를 경고한 바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듬해 2월 침공을 강행했다.
베스 새너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은 WSJ에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가 “‘당신들이 무엇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으며,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너 전 부국장은 “이란 휴전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논의에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이란 정권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적 왕따 작전’과 관련해 러시아의 이란 지원 문제도 논의했을 수 있다고 봤다.
모스크바 소재 정보 분야 싱크탱크인 레버러토리 인텔리전스 익스프레스의 루스탐 추랴코프 사무국장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중남미, 이란, 중국도 있다”고 말했다.
미 고위 인사의 러시아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난 1월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 처음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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