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를 일기로 별세한 미국 컨트리음악 여왕 돌리 파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80세를 일기로 별세한 미국 컨트리음악 여왕 돌리 파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컨트리음악의 전설 돌리 파튼(사진)이 25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파튼의 조카 브라이언 시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별세 소식을 알렸다. 시버는 자신을 파튼의 언니 캐시 파튼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파튼가(家)와 오언스가(家)를 대표해 고모의 별세를 알린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파튼은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전속 공연을 연기했다가 결국 취소하면서 건강 우려가 커졌다. 최근 몇 년간 면역계와 소화계 이상을 호소해온 파튼은 지난해 가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직 건재하다"고 밝혔고, 올해 5월에는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에는 주치의의 만류로 돌리우드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탈수 증세와 간헐적 어지럼증이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튼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장 결석과 복용 약물로 인한 합병증 등 건강 문제도 겪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여동생 프레이다 파튼이 팬들에게 파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파튼은 고향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AP통신은 파튼에 대해 솟구치는 비브라토 보컬과 가슴 저미는 가사, 눈부신 의상으로 산속 통나무 오두막에서 출발해 스타덤의 정점에 오른 컨트리 뮤직 아이콘이라고 평가했다.

파튼은 1946년 1월 19일 테네시주 세비어빌 인근 리틀 피전강변의 방 한 칸짜리 오두막에서 12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로버트 리 파튼은 글을 읽고 쓰지 못해 농사 외에 건설 현장 일로 생계를 보탰고, 어머니 에이비 리 파튼은 애팔래치아 전통 발라드를 즐겨 부르며 딸에게 음악에 대한 사랑을 심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음반 제작자, 배우, 방송인, 작가, 자선사업가로 활동한 파튼은 세대와 지역, 정치 성향을 초월해 사랑받은 인물이었다.

1973년 발표한 '졸린'(Jolene)은 컨트리 차트는 물론 팝 차트까지 진출하며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다. 이듬해 직접 작사·작곡한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로 1975년부터 2년 연속 컨트리뮤직협회(CMA) 올해의 여성 보컬리스트 상을 받았다. 이 곡은 훗날 휘트니 휴스턴이 리메이크해 1992년 영화 '보디가드' 주제가로 불러 세계적인 명곡으로 남았다.

1980년 코미디영화 '9 to 5'의 동명 사운드트랙, 케니 로저스와 함께 부른 듀엣곡 '아일랜드 인 더 스트림'도 큰 인기를 얻었다. 파튼은 영화 '9 to 5' '스틸 매그놀리아스' 등에도 출연해 제인 폰다, 릴리 톰린, 줄리아 로버츠, 샐리 필드 등과 호흡을 맞추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파튼은 평생 3000곡 이상을 작사·작곡했다. 그의 노래는 휘트니 휴스턴을 비롯해 티나 터너, 노라 존스, 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멀 해거드, 마일리 사이러스, 비욘세, 올리비아 뉴턴존 등 다른 아티스트들이 잇달아 리메이크했다. 총 49장의 앨범에 담긴 그의 노래들은 전 세계에서 1억장 이상 판매됐고, 10억회 이상 온라인 스트리밍됐다.

파튼은 평생공로상을 포함해 총 11개의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그의 노래 25곡이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에 올랐다. 이력 전반에 걸쳐 그래미 후보에는 55차례 올라, 여성 아티스트로는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송라이터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07년에는 이 단체 최고 영예인 '조니 머서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1986년 내슈빌 송라이터스 명예의 전당, 1999년 컨트리뮤직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5년에는 미국 국가예술훈장을, 2006년에는 케네디센터 명예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최근까지도 활동을 이어가 2021년 TV영화 '돌리 파튼의 크리스마스 온 더 스퀘어'로 에미상을 받았고, 같은 해 잭 윌리엄스와 함께 부른 '데어 워즈 지저스'로 마지막 그래미 트로피를 품었다. 올해는 자서전 낭독 오디오북으로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평생 몸에 딱 달라붙는 모조 다이아몬드 의상과 거대한 금발 헤어스타일, 진한 화장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자선 활동으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테네시주 어린이들에게 무료 도서를 보내기 위한 교육 비영리 단체 '이매지네이션 라이브러리'를 설립했고, 미국은 물론 캐나다·영국·호주·아일랜드에서 문해력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3억권 이상의 무료 도서를 제공했다.

2016년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 국립공원 산불로 테네시주가 큰 피해를 보자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 TV 방송을 기획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백신 연구를 위해 밴더빌트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모더나 백신의 초기 후원자로 이름을 남겼다. 고향인 세비어빌 인근 피전포지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테마파크 돌리우드도 운영해왔다.

로이터통신은 그녀에게 지속적인 스타 파워를 안겨준 자질이 사람들과 교감하는 능력이었다며, 스스로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표현한 가정에서 자란 파튼이 종종 미국 노동 계층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명성과 재력을 쏟아부었다고 평가했다.

파튼은 1966년 아스팔트 포장 도급업자 칼 딘과 결혼해 58년을 함께했다. 딘은 지난해 3월 82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지만,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가 파튼의 대녀(代女)였다.

파튼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파튼 같은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튼을 기리기 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1주일간 미국 전역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파튼의 부고를 일제히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파튼이 60년 동안 컨트리음악은 물론 대중문화의 상당 부분을 지배했다며 거대한 개성과 소박한 재치로 자리매김한 20세기 가장 사랑받는 미국인 중 한 명이라고 애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튼의 자리가 컨트리음악 팬들부터 애팔래치아 산맥의 가난한 주민들, 영화 '9 to 5' 속 직장 여성들, 문해력 프로그램의 수혜 아동들까지 모두 아우를 만큼 거대했다고 전했다.

파튼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부고글이 올라와, 그녀가 남긴 유산은 사랑과 연민, 회복이며 노래는 모든 연령대에 계속 울릴 것이고 자선 활동의 영향은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식은 직계 가족만 참석하는 소박한 비공개 형식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조화 대신 파튼이 설립한 이매지네이션 라이브러리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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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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