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강 '러쥐' 5300억 조달나서

美 앤트로픽·오픈AI 상장 계획

韓 초대형자금 보유 삼전닉스뿐

성과급·주주 환원 등 부담 확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미국과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앞다퉈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생성형 AI는 물론 피지컬 AI 기업까지 투자 실탄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에 속속 뛰어들었다.

중국의 경우 다수의 피지컬 AI 기업들이 이미 상장을 했거나 추진 중이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세워 현장 실적을 쌓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까지 진입했다.

미국도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의 'AI머니' 전쟁에 한국은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워낙 시장이 작아 자금 조달이 여의치 못한 데다, 그나마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 등 대기업은 'N% 성과급'과 천문학적 주주환원 요구에 등 떠밀려 투자 여력을 잃고 있다.

◇초대형 IPO 불 붙은 美·中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최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가운데 애지봇, 러쥐, 엔진AI, 링커봇, BYD 계열 파시니 등이 조만간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홍콩을 포함해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중국 로봇기업은 유비테크와 유니트리 2곳이다.

러쥐는 선전증권거래소에 IPO를 신청한 상태로 26억위원(약 5300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43억2700만위안(8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엔진AI는 2023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IPO에 도전하며, 지난 4월 시리즈B 유치에서 2억달러(약 2700억원)를 유치한 바 있다.

링커봇은 60억달러(8조3000억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AI 기업들도 대거 상장을 추진 중이다. 어질리티로보틱스가 스펙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예비신고서(S-1)를 제출해 이르면 9월 중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의 경우 사라 프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직원 회의에서 내년 상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픈AI는 아직 상장 전인데도 올 1분기에만 1220억달러(173조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3월 300억달러(42조원), 5월엔 650억달러(92조원)를 각각 유치했다.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IPO 이후 총 862억달러(약 119조원)를 조달한 가운데, 앤트로픽이 이를 뛰어넘을지가 관심거리다.

중국의 경우 휴머노이드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업 자체 조달 능력 외에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까지 등에 업고 있다.

중국 로봇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을 넘어, 휴머노이드 등 로봇을 사들이고 이를 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 배포하는 것으로 안다. 자국 기업 육성 의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금 조달 규모는 이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IPO 전 단계인 단일 시리즈 투자에서 1000억원을 넘긴 사례가 거의 없다. 시리즈A 단계에서 1000억원을 넘긴 사례는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포티투닷(2021년, 1040억원)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노조동행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삼성전자노조동행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삼전·SK하닉, 투자실탄 'N% 성과급'으로

그나마 자체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최근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는 성과급과 주주환원 등 이른바 '분배' 프레임에 갇혀 힘을 못 쓰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50조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10.5%)으로만 36조~37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110조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분리상장도 막혀 자금 조달 압박이 더 심해진 가운데, 성과·환원 분배에 막대한 현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노사가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D)을 40%는 현금, 나머지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날 오전 9시 마감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50.08%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회사의 성과급 현금 지급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9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개인별 성과급 산정금액의 80%는 당해연도,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250조~3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국가 핵심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투자·연구개발(R&D) 재원 위축과 반복적인 노사 갈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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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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